2014년 11월 2일 일요일, 서울 원정,
열흘 전의 FA컵 대회에서 아픔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리그에서의 좋은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가고 있었다.
스플릿 라운드로 나뉜 뒤 첫 경기였고, 당시 2위 팀과의 점수차도 꽤 벌어져 있던 터라 소위 스스로 뻘짓(?)만 하지 않으면 리그 우승만큼은 우리 팀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다만 그 우승이 언제 확정 지어지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경기는 90분 내내 팽팽하게 흘러갔고, 그렇게 0:0의 스코어로 경기가 끝나는 줄만 알았다.
아니, 어쩌면 원정팬들 모두가 내심 그렇게 바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모든 경기는 열심히 싸우고 이기는 게 제일 좋다)
이유인즉, 혹시 오늘의 경기를 비긴다고 해도 2위와의 승점은 8점 차이가 되고, 그러면 남은 4경기 중에서는 2경기만 이겨도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당시 여름의 그 악몽 이후 팀은 패하지 않고 있었다) 진짜 이유는 감독님이 복귀하신 후 제대로 된 첫 시즌인 데다, 리그에서는 3년 만에 이루는 우승을 이왕이면 팬들이 가득 모인 홈경기에서 확정 짓고 싶었던 것이다.
경기의 추가시간은 3분,
92분여까지도 양 팀 무득점의 스코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남은 종료시간이 채 30여 초도 되지 않던 시간, 그렇게 추가 시간도 다 지나가며 이렇게 경기가 끝나나 싶을 무렵, 정말 종료 10초를 남기고,
FA컵 8강전에서 우리를 살렸던 카이오가 눈치도 없이(?) 골을 넣어 버렸다.
와..........!!! 그래, 물론, 좋기는 했다. 좋기는 했다만...
(사실 당시엔 말도 안 되는 극장골에 매우, 너무 좋았었다. 더욱이 상대가 상대인지라..)
오늘의 승리로 2위와의 승점 차이가 10점으로 벌어졌고,
갑작스레 다음 경기만 이기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짓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
그런데, 다음 상대가 하필이면 제주다. 그것도 원정 경기.
제주는 다른 팀들 원정 갈 때처럼 버스 타고 얌전히 앉아 있으면 경기장 앞까지 가는 그런 원정이 아니다.
바다 건너 경기장에, 더군다나 당일로는 갔다 올 수도 없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의 직관을 놓칠 수도 없고..
그렇게 원정을 가느냐 마느냐는 고민할 새도 없이(당연히 간다는 의지는 이미 생김)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오는 원정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당장 항공편과 숙박부터 알아봐야 할 상황이 됐다.
서울 원정 경기가 이렇게 극적으로 끝나고 났을 때가 일요일 오후였고, 그로부터 당장 6일 뒤에 제주로 갈 주말 일정을 잡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11월이라고는 하지만 당장 며칠 뒤 토요일 출발, 일요일 도착할 항공편은 시간대를 구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갑자기 제주 원정에 뜻이 모아진 우리 일행은 여러 다른 방법들을 수소문하다가 결국은 배를 이용해 제주 원정을 가기로 했다.
지금은 휴항 중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당시엔 장흥에서 1시간 40분이면 제주로 갈 수 있는 배가 있었다.
대전에서 전주로 이동을 하고, 전주에서 일행들을 만나 다시 장흥까지 가는 길도 뭐 쉽진 않았지만 우승이라는데.. 가야지...
그렇게 우린 1박 2일의 짐에, 대형 걸개까지 잔뜩 짊어지고 제주로 향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