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취향
나는 평소에 음료수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인생이 고달프면 그에 따라 술도 늘어난다는데, 나는 나의 고달픔에 비례하지 못하는 주량까지 가지고 있는 탓에 술도 많이 마시질 못한다. 흔히들 말하는 '알쓰'의 표본이랄까?
그러나 딱 한 가지, 없으면 괴로운, 그래서 매일 찾게 되는 게 있다. 바로 커피.
아빠가 계시던 시절엔 집에 손님이 정말 많이 왔었다. 그럴만한 집이기도 했고..
그때마다 내오던 마실거리가 늘 커피였다. 당시 맥심 가루 커피를 기본으로 집집마다 그렇게 커피를 타서 마셨겠지만, 우리 집이 다른 집들과 조금의 차별성이 있던 건 커피가루(지금으로 말하면 원두라고 해야 하나?)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 그래서인지 무작정 달고 텁텁한 맛은 아니었던 그 커피를, 심부름 삼아 타면서 내 가기 전에 한 입씩 맛볼 때가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프림의 비율이 점점 줄면서 어느 순간엔 커피가루와 설탕으로만 조합을 이루게 됐고(지금의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흡사한 맛), 그 개운한 맛에 일찍 발을 들인 탓일까? 커피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최애 음료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단맛이 지독히도 싫은 사람이라 물의 양은 늘 최소한으로 하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아메리카노가 취향이며, 더욱이 '얼죽아'인 탓에 그 진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콜드브루'를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나의 커피 전도사였던 아빠가 커피 못지않게 애정 하신 음료수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CM송 '라라라라라라라~~'와 청량함으로 대표되는 음료수 '포카리스웨트'다.
지금이야 음료수의 종류도 워낙 다양하고 고급진 음료수들도 즐비하며,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행사들까지도 진행되고 있어 금액적 혜택들도 받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포카리스웨트는 소비자 가격 그대로 마시기엔 꽤 비싼 음료수였다. 더군다나 90년대 중반까지 아빠가 목회를 하시면서 받으셨던 급여가 채 100만 원에도 많이 미치지 못했으니 6인 가구가 살기엔 늘 살림이 빠듯하던 그런 시절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행복했던 날들)
그런데도 늘 아빠는 포카리스웨트를 사서 드셨고(다른 이온음료는 절대 아닌 꼭 이것이어야 했다), 나는 꽤 나중에서야 이 음료수가 다른 음료수에 비하면 가성비가 아주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었다.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맛도 없고, 주스처럼 달달한 맛도 없는, 더욱이 그 시대의 트렌드도 아니었던 이 밍밍하고 '비싼' 이온음료가 어떻게 아빠 마음에 쏙 들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아마도 자극적이지 않고, 마시고 난 뒤 입안의 텁텁함도 없는 그 개운한 느낌이 딱 아빠의 취향이 아니었을까? (같은 이유로 탄산음료를 아주 싫어하는 나) 아니면 아주 일찍부터 마시는 거라면 남다른 고급 입맛(?)을 가진 아빠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나는 오늘도 커피를 마시고 있다.
포카리스웨트를 찾아 마시는 입맛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마시지 않더라도 사실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그것. 사람의 마음이 생각처럼 쉽게 무뎌지는 게 아닌지라 난 아직도 포카리스웨트를 볼 때마다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적당히 기억하다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될까 봐 끊임없이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러니 내가 매일이 어제처럼 여전히 김아빠가 그리울 수밖에..
<사진 출처-'아시아경제' 기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