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의 이야기

'아빠는 매일 보고 싶어요'

by Honey

인기 절정의 드라마가 있었다.

2015년 늦가을부터 티비엔에서 방영됐던 '응답하라 1988'.

그때나 지금이나 드라마에 열광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당시에도 정규방송은 언제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평소에 TV 채널은 무조건 스포츠 채널을 먼저 확인하고, 볼 게 없다 싶으면 그나마 제일 많이 선택하는 채널이 '티비엔'이었는데(꾸준히 보는 예능도 없지만 혼자 사는 집에 인기척이 필요해 틀어 놓는 용도) 당시 드라마의 인기가 너무나 많은 탓이었던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이 드라마의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기를 어느 날, 여느 날들처럼 드라마의 재방송은 그날도 계속되고 있었고, 마침 저녁을 먹던 중이라 의도치 않게 드라마에 집중을 할 수가 있게 됐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보다 보니 드라마가 꽤 재밌기도 했다. 마침 내가 우연히 보게 된 에피소드는 '2회차-당신이 나에 대해 착각하는 한 가지'의 이야기.


내용인즉,

극 중 성동일의 어머니이자 덕선이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슬픔 속에 장례를 치른 가족들은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품은 채 가족의 보금자리인 쌍문동으로 돌아온다.



어른도 아프다. 돌아온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가장 아픈 사람은 어머니를 잃은 덕선이의 아버지, 바로 동일이었다. 아내가 둘리 슈퍼에 심부름을 보내며 술은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손엔 이미 소주가 들려 있었다. 그리움과 슬픔은 때때로 갑자기 밀려 들어온다. 하루 내내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동일은 차마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 앞 평상에 걸터앉는다.

그때, 극 중 덕선이의 친구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바둑기사로 나오는 택이가 골목으로 들어온다. 늘 조금은 처진 어깨에 세상 티끌이라고는 하나도 묻지 않았을 (왠지 박보검 배우는 실제로도 그러해 보인다) 얼굴을 한 우리의 택이는 극 중에서 아빠와 둘이 살고 있다. 평상에 앉아 있던 동일이 택이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택이는 동일이 앉아 있던 평상에 나란히 자리를 같이 한다. 소주를 한 잔 마시려는 동일에게 택이는 잔을 채워 주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택이는 극 중에서 일찍 어른이 된 아이(처럼 보인)다.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던 중 택이가 말한다.

"아저씨, 어머니 돌아가셨다고... 죄송합니다, 가보지도 못하고.."

그러자 동일이 멋쩍게 웃으며,

"시방 그 얘기는 뭐더러 꺼낸데, 괜히 눈물 나고로...... 글제, 살아서도 죽어서도 젤로다 보고 잡은 게 엄마지, 아따, 우리 엄니 보고 잡다"

하며 부러 호탕하게 웃어 보이던 동일이 이번엔 택이에게 다시 묻는다.

"우리 택이는 엄마가 언제 젤로다가 보고 잡대?"


순간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언제? 언제라는 게 있을 수 있나..? 나는 매일이 그립던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극 중 동일의 질문 이후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 택이가 대답했다.

"...... 매일이요, 엄마는 매일매일 보고 싶어요.."

택이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했고,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나는 더 이상 밥을 먹지 못했다.

때가 없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희미해지지 않는 아픔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오늘도 매일이 어제처럼 아빠가 그립다.








<사진 출처-tvN '응답하라 1988' 갈무리>

이전 07화4월, 이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