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전

어차피 우승은 전북?

by Honey

코로나로 개막이 늦어지면서 2020 시즌은 기존에 운영되던 38라운드와는 다르게 경기수가 다소 축소된 27라운드까지만 경기가 치러진다. 각 팀당 '홈 앤드 어웨이'로 한 경기씩 치른 뒤, 파이널 라운드에서 다섯 경기씩을 더 치르면서 한 시즌을 보내게 되는 셈.


지난 시즌, 다잡은 우승컵을 손에 쥐지 못한 탓인지 울산은 시즌초부터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경기부터 4골을 몰아치며 다득점의 승리를 챙기더니 개막 후에는 연승을 기록하며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물론 우리도 연승을 기록하긴 했다. 다득점에서 아주 많이 밀리긴 했지만..)

그러던 울산이 3라운드에서는 무승부를 거두고 전북은 승리를 챙기면서 순위를 바꾸게 됐고,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3라운드 이후 한동안은 오히려 우리의 분위기가 더 좋았다. 무관중이라 팬들이 경기를 직접 보며 응원을 할 수 없던 와중에도 우리 선수들은 1위의 자리를 꽤 오랜 시간 지켜가고 있었다. 하지만 10라운드 상주전에서의 패배 이후 다음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할 동안, 울산이 다시 한번 연승을 거두며 1위의 자리에서 우리를 끌어내렸다.

그래도 지난 시즌엔 리그를 치르는 동안 1~2위의 자리를 서로가 오가며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이번 시즌엔 쉽사리 그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울산이었다. 11라운드부터 지키기 시작한 1위의 자리를 '홈 앤드 어웨이' 정규라운드가 끝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고, 순위표의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킨 채 파이널라운드에 진입하더니 이후에도 변함없는 굳건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2020년 10월 18일 일요일,


기약 없는 무관중 경기들이 이어질 것만 같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이번 라운드부터 다시 일부 숫자의 관중에게 경기장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거의 석 달만에 다시 찾은 축구장은 축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게 했다. (대체 우리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야..)

오늘의 25라운드를 치르기 전 우리의 승점은 51점, 울산은 54점이었다. 이번 라운드에서 우린 광주와의 홈경기를, 울산은 포항과의 원정경기를 치러야 한다. 두 시간 반 먼저 시작된 광주와의 경기에서 전북은 4:1이라는 스코어의 대승을 거두었고, 기분 좋은 결과를 받아 든 채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혹시나 하며 뒤이어 치러질 울산의 경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더욱이 상대가 지난 시즌 우리를 살려준 '영일만 형제'였기에 일말의 기대감까지도 이미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경기 시작 직후 포항의 일류첸코가 선제골을 기록하더니 이어진 후반전에서는 울산의 비욘존슨과 불투이스가 과격한 플레이로 5분 만에 연달아 퇴장을 당하면서 울산이 스스로 자멸한 틈을 타 포항이 골 폭풍을 몰아치는 게 아닌가, 역시 포항은 우리의 형제가 틀림없었다..!


25라운드가 끝났을 때, 전북과 울산은 동일한 승점으로 기존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득점에서 울산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었기에(우리 닥공 어디 갔어..) 혹시라도 전북이 우승을 원한다면 남은 경기들을 모두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이어질 26라운드가 서로 간의 맞대결이었기에 그 경기의 승자가 올해 우승팀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운데......



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홈경기였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이날의 맞대결은 울산 원정이었다. 원정팬의 입장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울산에 갈 수는 없었지만, 경기의 중요도만큼이나 긴장감은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는 모두의 예상처럼 팽팽했다. 하지만 지난 라운드에서 울산에 두 명의 퇴장 선수가 있던 이유에서인지 불안한 마음이 아닌 뭔가 '해볼 만하겠다'는 기대감이 더 크게 드는 경기였다.

우승팀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경기답게 양 팀 모두 결정적인 공격기회들을 여러 차례 보여주던 전반 33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혼전 상황 중에 울산의 김인성 선수가 핸드볼 파울을 범하면서 전북이 페널티킥을 얻게 됐다. 키커는 구스타보, 오늘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제골이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간절함을 담아 득점을 기대하며 구스타보가 찬 볼은, 기가 막히게 빠른 반응을 보여줬던 조현우 골키퍼의 발끝에 막히면서 결국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게 됐다. (근데 구스타보야, 이 정도면 동국이형보다 심한 거 아니니.. 작년에도 두 번이나 그러더...... 에휴, 아니다, 아냐..)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공격적인 분위기는 계속 이어나가던 전북이었다. 그럼에도 전반전엔 양 팀 모두 득점을 내지 못한 채 후반전을 맞이하게 됐다. 뛰는 선수들만큼 경기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경기는 후반 63분이 지나던 시점에 울산의 김기희 선수가 골키퍼에서 전달하려던 패스에서 실책을 범하면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던 우리 바로우 선수에게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고, 전북은 그 기회를 살린 귀한 득점으로 결국 경기의 결승골을 만들면서 승점 3점까지 챙길 수가 있게 된다.

특히나 오늘의 경기에서는 올시즌 팀을 거의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준호 선수의 활약이 그 어느 경기 때보다 돋보이며 빛을 발했다. '골은 바로우가 넣었지만 축구는 손준호 선수가 다했다'라고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울산만 만나면 날아다니는 바로우였는데...... [사진출처-'중앙일보' 기사 사진]


이렇게 리그의 단 한 경기만을 남겨 놓고 결국 순위가 뒤바뀌게 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이번엔 우리가 훨씬 더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물론 작년의 울산도 그랬다. 심지어 많은 골을 넣고 져도 우승을 할 수 있던 경기에서 대패를 하면서 최종라운드 순위가 바뀌지 않았던가, 혹시라도 싶은 그 만약의 경우라는 수가 이번 시즌에 또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가 지고, 울산이 이겨서 또다시 순위가 뒤집히는...


하지만 축구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작년엔 그 실낱같은 희망으로 기적을 일으켰다면, 올핸 변함없이 우리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뒷심 또한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스갯소리라는 '어우전'이 정말 진리는 아닌가? 하는 기분 좋은 설레발에 '사상 최초 리그 4연패라는 성과도 다음 주면 결과로 얻을 수 있겠구나'하는 부푼 기대감까지 더해져 정말 더 바랄 게 없는(비록 생업은 벼랑 끝에 몰려 있었지만) 주말이 지나가는구나..라고만 여기며 새로운 한 주에 대한 설레는 마음까지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분 좋은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던,

2020년 10월 26일 월요일,


마음의 준비라는 걸 했어도,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조차 더 이상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

랬던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배경사진 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전 25화반가워, 전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