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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 May 31. 2023

아홉 번째 별

그리고 리그 5연패

올 시즌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울산현대인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로 큰 산은 '수원FC'였다.

정규리그에서만 2무 1패를 기록하며 울산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수원FC를 극적인 승리 뒤에 다시 만났지만, 다시 또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하고야 말았다. 이로써 수원FC는 이번 시즌 우리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팀이라는 기록까지 덤으로 생기게 됐고, 같은 날 승리를 거둔 울산과는 또다시 승점이 같아졌다.



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이제는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지난 2년 동안 늘 시즌 막판까지 가야 우승팀이 결정되던 분위기만 보더라도 남은 두 경기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이기는 건 당연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득점 또한 많을수록 좋다.

(다행히 울산과 같은 승점에서도 이번라운드를 치르기 전 다득점으로 다섯 골이나 앞서고 있었다)


오늘 만난 대구는 지난봄, 팀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크게 한 방을 맞은 적이 있는 상대다.

특히나 젊은 선수들이 많으며, 빠른 역습으로 대표되는 대구의 축구이기에 더욱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팀은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계속 대구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쉽게 열리지가 않았고,

그렇게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전반전 마무리가 될 즈음 울산은 수원과의 경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

후반이 시작되고도 팀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기를 후반이 시작되고 2분 만에 코너킥 찬스에서 쿠니모토가 올려준 볼을 약간의 혼전 상황 끝에 우리의 주장인 홍정호 선수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내게 됐다.

득점 후에는 원정석 앞으로 달려와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팬들을 더욱더 열광케 하기도 했다.


귀한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는 우리의 주장, 멋지다, 정말!


남은 시간 동안 전북과 대구 모두 득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러던 중 정규시간도 채 4분여 밖에 남겨두지 않았던 시각, 교체되어 들어온 문선민 선수가 송민규 선수에게 받은 볼을 멋진 개인기로 골키퍼까지 넘기는 칩샷을 성공시키면서 그렇게 팀의 두 번째 골이자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팀은 아주 중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승리를 챙기게 됐고, 어쩐 일인지 같은 날 조금 늦게 끝난 울산과 수원의 경기 결과까지 무승부로 나오면서 덕분에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에 비겨도 되는 경기가 제일 무섭습니다.. 우리 다 잘 알잖아요...)


일단 오늘의 승리를 즐기고!



 

2021년 12월 5일 일요일,


지난 라운드의 결과로 마지막 경기만을 앞둔 상황에서 전북의 승점은 73점, 울산은 71점이다.

그 덕에 우린 오늘의 마지막 경기를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하게 된다.

(승점이 같아진다 하더라도 다득점에서 이미 일곱 골을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축구에서 일곱 골을 따라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정말 비기기만 해도 안전한 상황은 맞다)

하지만 축구에서 제일 위험한 게 바로 '방심'이다. 즉, 여러 번 말하지만 '비겨도 되는 경기'..

더욱이 상대팀인 제주는 아직 끝나지 않은 FA컵 결승 2차전의 경기 결과에 따라 다음 시즌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결정될 수도 있지만, 오늘의 경기를 이기면 경우의 수 상관없이 리그 순위에서 안정적으로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까지 있어 더욱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모두의 긴장감 속에 시작된 경기는 전반 45분 동안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후반전을 맞이하게 됐다.

같은 시각 울산의 문수구장에선 후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두 번째 득점까지 터지며 울산이 대구를 상대로 2골이나 앞서고 있었고, 우린 여전히 무승부의 상황이었다. 혹시라도 여기서 우리가 실점을 하게 된다면 2년 전처럼 우승팀이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우리 전북이잖아, 그리고 올시즌 우리가 얼마나 마음들이 힘들었어..

이런 간절한 마음을 모두가 느끼기라도 한 듯 후반에 더 공세를 퍼붓던 팀은 후반전 54분, 한교원 선수가 팀의 선제골을 터뜨리더니 약 20분 뒤, 송민규 선수가 귀한 결승골까지 만들어내면서 2:0이라는 승리의 결과를 만들어내게 됐고, 같은 시각 울산의 경기에서도 울산이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우린 경우의 수 없이 자력으로 우승까지 확정을 짓게 됐다.

더욱이 오늘의 우승으로 K리그 역사상 최초로 리그 5연패라는 엄청난 기록까지 달성하게 되면서 K리그 최다 우승은 물론 가슴에 아홉 번째 별까지 달게 된 우리들의 전북..


2021년 K리그 우승 시상식(좌), 그리고 올시즌 유독 마음고생이 심했을 우리의 주장, 홍정호 선수는 결국 경기 종료 후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우)


결과로만 놓고 보면 올시즌도 우린 순위표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리그를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들도 우리 모두가 정말 원하는 그림이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다.

단지 경기를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늘 가졌던 그 끈끈함과 절실함, 그리고 하나 된 마음..


많은 변화들로 한 시즌을 보내느라 그저 서로의 부침이 있었다고 여기고 싶다.

그래서 다가올 새로운 시즌엔 오늘의 경험들로 서로가 조금은 더 단단해져 있기를,

그리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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