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병민 Nov 13. 2023

거기엔 네가, 여기엔 내가 #4

한때 그랬었지.

전화하다 보면 

잠드는 줄도 몰랐고,

꾸벅꾸벅 졸다 보면 

전화하는 줄도 몰랐어.

너하고 얘기하는 게, 

항상 꿈만 같았으니까. 

    

1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1시간이 되고.

시간은 그렇게, 

너무나 잘도 가던 거야.   

  

너의 목소리를 이불 삼아,

나의 목소리를 베개 삼아 

그렇게 둘 다 

꿈나라에 빠져 들었던 거야.     


그런데.    

 

그때 그렇게 전화하다 잠들고

또 전화하다 잠드는 게 

하나의 버릇처럼

그냥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지금은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진 않아.

전화하는 것도, 

잠드는 것도,

심지어 꿈꾸는 것조차도.    

 

차라리 꿈에서라도.

아니, 차라리 꿈이었다면.    

 

그래.

나 지금, 떨고 있는 거야.

무서워서, 

두려워서,

모든 게 무너질까 봐.

그냥 그렇게 쉽게 사라지듯, 

잊혀질까 봐.  

   

그래서.


오늘도 그저 이렇게,

전화기 붙들고 있는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 나는, 그런 너를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