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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네가, 여기엔 내가 #5

by 허병민

아, 이런.


오늘 늦게 일어났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그래.

어제도 늦게 일어났고,

그제도 늦게 일어났어.

허구한 날 늦게 일어나는 게,

언제부턴가

버릇이 되어버렸어.


별 거 아니야.


기운이 없어서도,

아파서도 아니야.

그냥 좀, 요즘 들어

꿈을 자주 꾸게 되네.

근데 눈을 떠도,

여전히 꿈속인가 싶어

두리번거릴 때가 있어.

그냥 꿈에서 빠져나온다는 게,

STOP을 누르는 것처럼

그리 간단한 게 아니거든.

DELETE 한 번

꾹 눌러주는 거하고도 달라.


생각보다 많이, 그래.


꿈에서 허우적거려서인가.

눈을 뜨고서도 한동안

계속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데,

뭔가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뭔지,

알 듯 말 듯 한 거야.


어쩌면 그래서.


자꾸만,

곯아떨어지는 건지도 몰라.

눈을 감고 있는 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일상이 되어버렸어.

그래,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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