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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Nov 18. 2023

To Her, With Love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나보다 약간 

작은 키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잡아줄까, 

등에 업힐까.

몰래 어깨를 놔두고 올까.

잡으면 놓는 건 아닐까.

업히면 내리려 하는 건 아닐까.

살그머니 돌아서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렴 상관있을까.

어느 날부턴가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을.


걸을 때도, 

앉을 때도

눈 감을 때조차도

내 눈엔 또렷이 남아 있는 것을.

내 마음에 이렇게 

아련히 각인돼 있는 것을.     

한 번도,

거리를 넓힌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걸어온 만큼

그래, 딱 그만큼 

걸어왔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나보다 약간 

작은 키의 그림자가

나를 위해 멈춰 서 있었다.    

 

말을 건네볼까, 

손을 흔들어볼까.

몰래 눈웃음을 흘리고 올까.

입을 닫아버리는 건 아닐까.

손가락만큼만 마음을 열어주는 건 아닐까.

살그머니 모른 척해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렴 상관있을까.

어느 날부턴가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을.


걸을 때도, 

앉을 때도

눈 감을 때조차도

내 귀엔 또렷이 들리는 것을.

내 마음에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걸어온 만큼

그래, 딱 그 정도로 

걸어왔다는 것을.     


그림자,

그것은 바로 

너였다는 것을. 

    

―for SH,1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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