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나보다 약간
작은 키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잡아줄까,
등에 업힐까.
몰래 어깨를 놔두고 올까.
잡으면 놓는 건 아닐까.
업히면 내리려 하는 건 아닐까.
살그머니 돌아서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렴 상관있을까.
어느 날부턴가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을.
걸을 때도,
앉을 때도
눈 감을 때조차도
내 눈엔 또렷이 남아 있는 것을.
내 마음에 이렇게
아련히 각인돼 있는 것을.
한 번도,
거리를 넓힌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걸어온 만큼
그래, 딱 그만큼
걸어왔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나보다 약간
작은 키의 그림자가
나를 위해 멈춰 서 있었다.
말을 건네볼까,
손을 흔들어볼까.
몰래 눈웃음을 흘리고 올까.
입을 닫아버리는 건 아닐까.
손가락만큼만 마음을 열어주는 건 아닐까.
살그머니 모른 척해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렴 상관있을까.
어느 날부턴가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을.
걸을 때도,
앉을 때도
눈 감을 때조차도
내 귀엔 또렷이 들리는 것을.
내 마음에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걸어온 만큼
그래, 딱 그 정도로
걸어왔다는 것을.
그림자,
그것은 바로
너였다는 것을.
―for SH,1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