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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Dec 28. 2023

거기엔 네가, 여기엔 내가 #6

가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외쳤어, 

소리 없는 손짓으로.    

 

이렇게나 많은 발자국들이 

널려 있는데.

하나하나 담아 

꼭꼭 숨겨놓지도 못했는데.

기억들을 점찍듯, 

몰래 감싸 안아보지도 못했는데.     


아직,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저 멀리, 

넌 또 흔적들을 남겨놓겠지. 

난 다시 또, 그것들을 

천천히 밟아가겠고.   

  

이렇게나 많아.

끝이 없어. 

널린 게 발자국이야.    

 

그래. 


가만 보니, 

여기저기 쌓여 있는 게 

다 너의 발자국이야.


이제 그만하라고, 

같이 가자고. 

그래, 함께 걷자고.  

   

뒤돌아보면서 

네가 보인 웃음은, 

단 한 번이었어.

수많은 발걸음 속에

네가 보여줬던 건, 

눈웃음 한 번이었어.

다시, 또 한 번의 

발자국과 함께.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희한하지.

그때 분명 난 

소리쳤던 것 같아.

손짓이 아닌 

눈짓이 아닌 

목소리로, 너에게.


머물러 달라고, 

내 곁에.    

 

더 이상 못 걷겠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 

더 이상 담아낼 

네 몫의 발자국이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렇게 담아내고 

또 담아냈는데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난 다시 여기야.


너의 발자국을 세어보면서,

나의 발자국을 하나하나 

꾹꾹 남겨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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