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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May 18. 2018

나는 당신이 아픕니다 #4

 


여기 있는 모든 시계의 추를 

돌리면 되는 거야?


너에게 묻는 걸까, 

아니면 나 혼자서 속삭이는 걸까.

그래 좋아. 

묻고 싶은 걸 거야, 

너에게 묻지 못했던 것을.


세상에 시계가 얼마나 많은데.


넌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말겠지. 

그래, 그럴 거야.

맞아,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시계야. 

시간이란 것은,

이렇게 잔인하게 계속 

흘러갈 수밖에 없는 거고.

미치도록 널려 있는 게 시계고, 

정말이지 죽도록 흘러가는 게 시간이야.


그런데 말이야.


돌아간다고,

흘러간다고, 

다 지나가는 건 아니야.

다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다 잊혀지는 것도 아니야.

사라질 수 없는 건, 

그냥 사라질 수 없는 거야.


원래, 그런 거야.


그러니, 여기 있는 모든 시계의 추를 

떼어버리면 되는 거야.

어차피 없어지는 건, 

처음부터 하나도 없는 거니까. 


원래, 그런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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