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지금 몇 시인가요 #1

12시에 멈춰버린 그 남자 이야기

by 허병민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나보다 약간 작은 키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잡아줄까,

등에 업힐까.

몰래 어깨를 놔두고 올까.

잡으면 놓지는 않을까.

업히면 내리려 하는 건 아닐까.

살그머니 돌아서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렴 상관있을까.

어느 날부턴가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을.


걸을 때도,

앉을 때도

눈 감을 때조차도

내 눈엔 또렷이 남아 있는 것을.

내 맘에 이렇게

아련히 각인돼 있는 것을.


한 번도 거리를

넓힌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걸어온 만큼

그래,

딱 그만큼 걸어왔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나보다 약간 작은 키의 그림자가

나를 위해 멈춰 서 있었다.

말을 건네 볼까,

손을 흔들어 볼까.

몰래 눈웃음을 흘리고 올까.

입을 닫아버리는 건 아닐까.

손가락만큼만 마음을 열어주는 건 아닐까.

살그머니 모른척해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렴 상관있을까.

어느 날부턴가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을.


걸을 때도,

앉을 때도

눈 감을 때조차도

내 귀엔 또렷이 들리는 것을.

내 맘에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걸어온 만큼

그래,

딱 그 정도로 걸어왔다는 것을.


그림자,

그것이 바로

너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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