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자랑은 늘 짜릿해
운동을 시작한 후로는 지인들과도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영랑과도 곧장 서로의 운동 안부를 물었다.
“쌤, 요새도 운동해요?”
“네, 저 다시 크로스핏 시작했어요! 쌤은 계속 클라이밍 하고 있어요?”
“네, 저는 그때 이후로도 계속하는 중인데, 여기 전완근 갈라진 거 보여요?”
“오! 보여요, 보여요!”
“팔에도 근육 올라왔죠? 여기 등에 광배근도 보이시려나?”
“오! 쌤, 근육 장난 아니다!”
영랑은 내게 자기 몸을 여기저기 보여주었다. 원래도 균형 잡힌 몸이라고 생각했지만 전에 봤을 때보다 확실히 더 단단한 느낌이었다. 몇 년 전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여리여리한 몸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단단한 근육을 지닌 여전사 느낌이 물씬 났다. 특히 운동하는 사람은 또 다른 운동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법. 딱 봐도 ‘꾸준히 운동했구나!’ 싶었다. 영랑의 몸에 경탄하면서 나도 질세라 그간 내가 새긴 근육들을 자랑했다.
“쌤, 저도요! 전완근이 예전처럼 다시 선명해졌어요. 제 이두와 삼두는 아직 살에 묻혀있지만 이제 조만간 드러날 것 같아요! 살짝 움푹 패어서 단단한 거 보여요? 여기 좀 눌러보세요. 저 어깨도 좀 벌어진 것 같죠?”
서로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오오, 감탄사를 날리는 우리 두 사람. 누가 보면 운동선수들인 줄 알겠다.
영랑과 나는 프리랜서 강사 동지인데, 몇 년 전부터 한 동네에 살고 있다. 열 살 차이가 나지만 서로 존댓말을 쓰며 친구같이 지낸다. 자라온 어린 시절은 달라도 직업이 같고 여러모로 상식이 비슷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년 시절의 친구와는 멀어지고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이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껏 살면서 친구의 수보다는 한 사람과 어떤 관심사를 나누는지에 따라 경험의 폭이 넓어졌다. 영랑과 나는 직장 동료지만 독립적인 삶의 취향이 잘 맞고 서로의 신념을 존중할 줄 알았다.
그렇다고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 적당히 거리가 있는 사이. 그래서 더 반가운 사이. 어느 날,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전염병이 찾아온 후 프리랜서인 우리의 일상에도 문제가 생겼다. 예정된 일은 취소되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시간이 늘어났다. 갑자기 잉여로워진 시간이 우리로 하여금 같이 운동하게 만들었다. 나는 몇 년째 해오던 크로스핏을 관두고 운동 자체를 멀리하던 시기였고, 영랑은 헬스장에서 퍼스널트레이닝을 받으며 자신의 몸에 근육을 새기고 있었다. 둘 다 신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같았고, 같은 동네에 살았고, 마침 실내암벽을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동네 근처에 위치한 곳에서 한 번 체험을 해 본 후 한 달 회원권을 등록했다.
실내암벽등반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면 더 재밌는 운동이었다. 헬스처럼 한 가지 동작을 반복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크로스핏처럼 시간 내에 동작을 끝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클라이밍은 이를테면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인데, 게임의 방식과 유사하다. 또한 과제를 행하는 데 있어 특히 팔과 상체 근력이 중요했다. 우리가 아예 운동을 안 해 본 사람은 아니어서 근력은 어느 정도 있었다. 초급 코스는 비교적 수월하게 완등했으나 어느 정도 이상의 레벨이 되자 완등하는 게 쉽지 않았다. 거기에는 여러 번의 연습을 통한 기술 연마와 그 움직임을 몸에 새기는 일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실내에서 벽에 붙어있는 돌멩이를 잡고 등반하는 볼더링에는 여러 모양의 볼더(돌멩이)가 있다. 손에 쥐기 좋은 모양이 있는가 하면 너무 작거나 너무 납작해서 손으로 잡는 데 애를 먹는 모양도 있다. 나는 악력이 부족해서 볼더링을 반복해서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실내암벽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보통 1시간 내외, 실제로 볼더링을 하는 시간은 30분도 안 되었다. 운동을 한다기보다 게임을 하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럼에도 사용되는 근육도 많고 에너지 소비도 큰 편이었다. 한 번 오르고 내려오면 힘을 보충하기 위해 충분히 쉬어야 했고 쉬면서 잡담도 나누고 다른 사람을 응원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어려운 과제를 성공하는 걸 밑에서 보면서 “나이스~!”를 외쳤다.
클라이밍은 몸이 가진 기능을 발휘해 점점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스포츠다. 여러 번 시도하며 실패와 성공을 연달아 겪는, 그것에서 즐거움을 맛본다. 크로스핏도 이와 닮았다.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해 나아지고 무게와 횟수를 점점 늘려가며 정진한다. 이런 과정에서 몸에 근육이 새겨지고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몸이란 느린 속도지만 분명 성실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나간다. 단련한 만큼 몸에는 근육이 새겨지고 능력이 향상되어 간다. 그것이 기쁘고 즐거워서 계속 운동을 한다. 단단한 몸을 만져보며 스스로 자랑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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