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님은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세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저는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면을 쓰고 착한 척, 친절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사람이요. 사회가 정한 규율을 어기지 않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범위와는 조금 달라요. 아마 각자 생각하는 범위가 다를 거예요.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진심인지 아닌지도요.
만약 좋은 사람인데 연기력이 조금 부족한 경우라면 어떨까요?
그래도 먼저 사람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100점 까지는 아니더라도 70점, 80점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배우로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편이에요. 이런 성격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넷플릭스 시리즈 아세요? 제가 시즌2에 출연했거든요. 당시 촬영 콜 타임이 22시였는데, 저는 17시쯤 촬영장에 도착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촬영하는지 궁금했고 현장에서 얼굴 도장도 찍으려고요.
김성균, 손석구 선배님께 먼저 인사를 했어요. 반갑게 맞아주셔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됐고 시사회 때 마동석 선배님께 프로필을 전달한 에피소드를 얘기했더니 적극적인 자세가 훌륭하다고 하셨어요. 저를 응원해 주고 제 상황을 함께 공감해 줘서 정말 감사했어요. 인기나 인지도가 아니라 동등한 배우, 동료로서 응원받는 기분도 들었고요.
이후 지진희 선배님과 함께 등장하는 촬영이 이어졌어요. 함께 건물을 나서는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었는데, 건물 문이 닫혀있었어요. '문을 직접 열고 나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다가 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요.
“선배님 저 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도 지금 그게 고민이야.”
“그러면 저랑 한 번 연습해 보실래요?”
“그렇게 해보자.”
닫힌 문을 해결하려는 저희 모습을 조감독님이 보더니, '촬영 때는 문을 열어둘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문을 열고 진행해서 가볍게 지나간 해프닝이었지만, 같은 배우로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촬영을 이어갈지 고민한 점이 기억에 남아요.
태산님이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스릴러, 누아르, SF 장르를 좋아해요.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이 연출한 영화는 다 봤어요. <테넷>,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오펜하이머> 등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재미있게 다루시거든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도 다양한 장르를 연출하잖아요. 이처럼 태산님도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고 싶은가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작품이나 캐릭터를 따지지 않고요.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장점과 단점도 생각해 봤겠죠?
자유로움이 장점일 것 같아요. 9 to 6 하는 회사원에 비하면요. 대신 작품을 준비하거나 촬영에 들어가면 굉장히 바빠지지만요. 이건 직업적 특수성이라고 생각해요. 작품마다 현장과 현장을 이루는 이들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점도 저에게는 장점이에요. 사람을 알아 가는 일이 저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에요.
반대로 단점은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이에요. 물론 인지도가 올라가면 작품 출연을 직접 제안받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제 입장에서는 불가하니까요. 장점의 자유로움이 단점이 될 수도 있죠. 일정하지 않은 삶을 살기 때문에 쉽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일정한 루틴 안에서 움직이려고 해요.
어떠한 루틴 안에서 움직이는지 궁금한데요.
웬만하면 아침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일어나려고 해요. 시간만 들으면 늦잠 잔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제가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을 하거든요.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바로 잠들면 좋은데, 보통 아침 6시에 잠들어요.
잠에서 깬 이후에는 무조건 발성 공부를 해요. 유튜브를 틀고 따라 하고 있죠. 배우로서 발성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서 꾸준히 연습하고 있어요. 어려운 발음이나 대본에서 쉽게 발음되지 않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요.
그 외 시간에는 책이나 시나리오를 읽어요. 요즘은 인터넷에 영화 시나리오 자료가 많아서 쉽게 접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오후 5시에는 항상 주짓수 도장에 가요. 운동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다시 출근하고요.
퇴근 후 잠들기까지 3~4시간이 비는데요. 이때는 무엇을 하나요?
이 시간은 제가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이에요. 어떤 방해도 원치 않아서 핸드폰도 하지 않아요. 집 안에 혼자서 있는 거죠. 문 밖을 나서는 순간 자극에 노출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고요. 좋든 싫든 어쨌든 제가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집에서 가만히 있는 편이에요.
연기 외, 본인을 표현하고 싶은 방법이 있을까요?
사진을 찍으면 그때 제 마음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사진이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연결고리라고 느끼거든요.
주제나 마찬가지인 '배우란 다른 이의 삶을 대신 사는 것이다.'라는 말에 동의하나요?
'대신 사는 것이다.'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누군가의 행동이나 습관, 말투에서 영감을 얻어, 연기할 때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삶을 대신 산다기보다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연기로 표현하는 거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늘 소감을 말해주세요.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사실 이런 시간이 거의 없거든요. '난 뭘 좋아하지?', '나는 왜 배우가 되고 싶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지는 않으니까요. 시간이 흐른 후, 오늘의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면서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테고요.
저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제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고요. 저는 어떤 인물에 호기심이 생기면, 출연한 방송을 찾아보거나 인터뷰를 읽어보거든요. 직접 만나 대화를 하며 알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1. 인터뷰이 윤태산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taesan
2. 인터뷰어 배대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fyouknow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