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윤태산입니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8년 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부산에서도 배우로 활동했나요?
아니요. 마케팅 사업을 했어요. 사업으로 꽤 큰돈을 만지기도 했죠. 당시에는 생활이 넉넉해지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때 잊고 지내던 배우라는 꿈이 떠올랐어요. 더 늦기 전에 도전하고 싶어서 결심을 세운 후, 다음날 바로 서울에 왔어요.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다들 미친 거 아니냐고 했죠(웃음). 하던 일도 그만두고 갑자기 서울을 간다고 하니까요. 그것도 배우가 되겠다고요. 하지만 주변 반응에 휘둘리지 않았어요. 제 삶이니까요. 제 의지가 가장 중요했죠. 모두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그들이 제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잖아요.
큰 결심이었겠네요. 그만큼 배우라는 직업이 본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봐요.
연기를 경험하진 못해서 당시에 직업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어요. 막연하게 '나도 스크린 속 배우처럼 빛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죠. 서울에 가면 이를 더 쉽게 실천할 수 있겠더라고요. 실제로 배우 프로필을 제출하는 제작사나, 오디션을 보는 장소 모두 서울에 밀집되어 있거든요.
배우가 되려고 서울에 간다,는 말이 스스로 치는 배수진이 됐겠네요.
뱉은 말이 있어서 버티고 있어요(웃음). 물론 가끔은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죠. 배우로서 결과를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요. 신기루 같이도 느껴져요.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잡힐 듯 잡히지 않거든요.
'신기루 같다'라고 표현했지만, 스스로 확신을 가졌기에 8년을 버틸 수 있었겠죠.
연기뿐만 아니라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요. 항상 '내가 하면 잘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잘 된 경우도 많았고요. 그래서 연기에 도전할 때도 이유 없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서울에 와서 연기 공부를 할 때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하나, 둘 먹어가면서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잘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조금씩 생겼죠.
이유 없는 확신으로 시작해서, 불확신도 조금 생겼지만 그래도 언젠가 성공할 거라고 봐요. 프로필을 보내면 오디션 연락을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배우로서 필요한 이미지를 제가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어느 정도 이유 있는 확신이 된 거죠(웃음).
작품에 참여하려면 프로필을 제출하고 오디션을 통과해야 하잖아요.
지인을 통해서나, 필름 메이커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영화 제작 현황 정보를 확인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저한테 어울릴만한 역할에만 지원했는데, 요즘은 어지간하면 거의 다 지원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남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전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저는 제가 터프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제 눈을 보고 '사슴 눈망울 같다.'는 소리를 하기도 하거든요.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 있을까요?
<범죄도시 3> 오디션을 본 후, 시사회에서 마동석 선배님께 프로필을 전달한 적이 있어요. 이후 제작사에 찾아가 감독님께도 전달하고 싶었지만 당시에 부재중이셔서 연출팀 직원분께 전달을 부탁드렸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봐요. 아쉽게 출연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요(웃음).
현장을 경험한 후에 느낀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항상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역할에 따라 다양한 환경에서 매번 다른 인물을 연기하니까요.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성숙해짐을 느끼기도 하죠.
황정민 선배님이 노숙자 역을 연기하기 위해서, 서울역에서 일주일 정도 노숙을 했다고 해요. 아마 '실제 경험을 통해 좀 더 깊게 인물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겠다.'라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경험이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내가 노숙자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과는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이런 게 '연기란 본인에게서 시작된다.'라는 의미이지 않을까요? 인물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며, 그들의 처지와 상황을 알게 되면서 왜 지금의 상황에 처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스스로 성숙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란 본인에게서 시작된다'라고 했잖아요. 다양한 경험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 같은데요. 경험이 전혀 없거나, 자신의 경험과 다르다면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영화는 감독 예술이고, 흔히 배우는 이를 위한 소모품이라도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준비한 내용을 감독님과 상의하는 게 중요해요.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과 표현이 있을 테니까요. 배우의 해석도 중요하지만, 타협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논리적인 설득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요.
논리적인 설득이란 무엇인가요?
상황이나 설정이 타당하여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있는 거죠. 마침 오늘 대웅님이 오토바이로 오셨으니 이런 가정을 해볼게요. 제가 감독이고 대웅님이 배우예요. '여기부터 저기까지 오토바이로 이동하세요.'라고 하면 엄청 어색할 거예요. 목적이나 이유가 없는 행동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무언가를 급하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화가 잔뜩 난 상황이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표현할 수 있겠죠.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인물을 표현하는 방법도 달라지거든요.
제가 연기 경험은 없지만, 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행동해야 한다면 무척 어색하고 어찌할 줄 모를 것 같아요. 감독님뿐만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배우와도 본인이 준비한 연기에 대해서 소통하겠죠?
당연하죠. 왜냐하면 상대 배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대본을 보며 각자의 생각만으로 준비했으니까요. 서로 전혀 다른 상황을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촬영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거나, 촬영 전에 만나서 합을 맞춰봐요. 서로의 행동이나 감정에 반응하는 리액션도 연기의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 무엇을 준비했는지 나누는 게 중요하거든요.
많은 역할을 맡았을 텐데, 그중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다면요?
일수꾼 역을 맡은 적이 있어요. 인물 탐구를 위해서 실제로 부산에서 일수하는 형님을 일주일 정도 따라다녔죠.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협박하고 때려 부수는 거친 이미지로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그 형님은 전혀 달랐어요. 친근하고 신사적이었거든요.
돈을 빌려준 카페에 손님으로 가기도 하고 경조사도 챙기며 채무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어요. '형님 사실 조금 걱정도 했어요. 영화에서 보통 거칠게 표현하는데, 형님은 전혀 다르네요.'라고 말하니 자기는 그런 거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감독님 생각과는 정 반대의 인물을 준비했겠네요. 어떤 식으로 설득했나요?
다행히 좋은 생각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어요. 영화 내용이 인물의 전반적인 삶을 다루는 내용이기 때문에, 협박하거나 싸우는 강한 장면이 없어서 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1. 인터뷰이 윤태산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taesan
2. 인터뷰어 배대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fyouknow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