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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테메레르, 몰락과 산업혁명

by ayeon
전함 테메레르.jpg 전함 테메레르, 윌리엄 터너(1838)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석양이 지고 있는 해안선. 돛을 내린 거대한 범선과 그보다 훨씬 작은 검은 증기선.

영국 낭만주의의 거장, 윌리엄 터너가 그린 '전함 테메레르'이에요. 바다 위에 떠 있는 두 선박 중 어느쪽이 전함 테메레르일까요?




선박이 물 위에 뜰 수 있는 이유는?



정답을 알기에 앞서, 두 선박이 어떻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먼저 알아보기로 해요.

선박이 물 위에 뜨는 원리는 부력의 원리 때문이에요. 부력을 제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그리스의 물리학자 아르키메데스인데, 그는 이렇게 말했죠.


"어떤 물체든 간에, 또 물체가 완전히 가라앉았던 아니든 간에, 물체는 자신이 대체한 유체의 부피만큼의 무게에 해당하는 부력을 윗방향으로 받는다." -아르키메데스


물에 잠긴 물체의 경우, 그 물체의 윗부분이 공기이고 아랫부분이 물이라면, 물체에 가해지는 압력은 윗부분보다 밑부분이 더 커요. 밑부분인 물의 밀도가 더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압력의 차이는 물체에 윗방향의 알짜힘을 만들어내요. 이게 부력인거죠.


즉, 부력 = 유체의 밀도 X 유체에 잠긴 부피 X 중력가속도(g) 이에요.

여기서 유체의 밀도는 물의 밀도이고, 유체에 잠긴 부피는 물에 잠긴 부피로, 그림에서 빨간 점선 부분을 나타내죠. 그리고, 이 부력은 부력 중심 (center of buoyancy)에 작용한답니다.


하지만,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윗부분의 공기압, 밑부분의 유체력 외에도 한가지가 더 있어요. 바로, 물체 자체의 무게이죠. 물체의 무게는 질량 X 중력가속도(g)에요.


그리고 '물체의 무게 < 부력' 일때, 물체는 비로소 물에 뜰 수 있는거랍니다. 그러면 공식으로 다시 살펴볼까요?

'질량 X 중력가속도 < 유체의 밀도 X 유체에 잠긴 부피 X 중력가속도'


선박의 경우, 강철로 건조되어 질량이 아주 크긴하지만, 유체에 잠긴 부피가 훨씬 크답니다. 결국, 선박 자체의 무게보다 부력이 더 크기 때문에 물 위에 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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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테메레르와 산업혁명의 상관관계는?



다시 전함 테메레르로 돌아가 볼까요? 바다 위에 떠 있는 두 선박 중 어느쪽이 전함 테메레르일까요?


바로 증기선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거대한 선박이 테메레르에요. 테메레르는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영국의 승리를 가져옴과 동시에 프랑스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져온 전함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찬란하게 빛났던 전함 테메레르도 증기선 시대가 도래하면서 결국 해체라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석양처럼 저물어가는 노후선박과 '뿌뿌' 하고 계속하여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운 기계문명의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죠.


맞아요. 영국의 산업혁명이랍니다.


산업혁명은 1760년부터 1820년까지 영국에서 일어난 기술의 혁신과 새로운 제조 공정으로의 전환, 이로 인해 일어난 사회, 경제 등의 큰 변화를 말해요. 그 변혁의 주요 동력은 증기선에 사용된 것과 같은 증기기관의 발명이었죠.


영국에서는 다른 국가보다 일찍 명예 혁명을 거쳤고, 이로 인해 봉건제가 해체되고 정치적 성숙과 안정이 보다 먼저 이루어졌어요. 이에 따라 이전보다 자유로운 농민층이 나타났고 이들을 주축으로 모직물 공업이 발달하게 되었죠. 점점 영국 내외에서 면직물의 수요가 급증했고,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해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어요. 또한 증기선과 증기기관차가 나타나 운송의 혁신이 일어났죠.




윌리엄 터너가 모네에게 끼친 영향은?



윌리엄 터너의 화풍을 보면, '어? 모네 작품이랑 비슷하네?'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어요. 모네는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이고, 윌리엄 터너는 낭만주의에 속하는 화가에요. 하지만 다른 여타 낭만주의와 차이가 날 정도로 매우 독특한 화풍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인상주의에 가깝죠.


맞아요. 낭만주의, 특히 터너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것이 인상주의에요. 영국에 체류했던 클로드 모네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보고 그가 그려낸 날씨와 풍경, 그리고 빛과 색채에 나타난 기법을 연구했다고 전해지기도 해요.


영국 20파운드 폴리머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윌리엄 터너는 낭만주의 풍경화가, 대기의 화가로도 알려져 있어요. 여행하면서 얻은 체험과 눈으로 본 풍경을 자연의 빛과 대기 모습을 포착하여 빛의 변화와 대기의 움직임을 극적으로 형상화했죠. 그의 작품 속에서 대기 변화의 형태가 정확하지도, 색이 화려하고 또렷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대상을 점차 흩어지게 표현함으로써 빛의 영롱함을 알게 해 줘요.




낭만주의?



1789년 5월 5일부터 1799년 11월 9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계몽주의'정신이 지배하고 있었어요. 계몽주의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 자유권을 강조함으로써 유럽 중세 시대를 지배한 전제군주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족쇄로부터 인간 이성의 해방을 주장한 정신이죠.


기존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정신에 반하는 정신이 '낭만주의'에요. 낭만주의는 이성과, 합리, 절대적인 것에 대해 거부한 사조로, 감정, 감성, 개성을 강조한거죠. 즉, 하나의 전형적인 화풍을 갖기 보다는 개인을 해방하여 개개인의 감수성에서 새로운 창조를 추구하고자 하였답니다.


그리하여 낭만주의 화가들은 풍부한 감수성과 열정을 드러낼 수 있는 영웅적인 풍경화, 종교적인 풍경화를 많이 그렸어요. 전쟁터를 배경으로 전쟁터의 역동적인 순간을 표현하고 사물을 더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 뚜렷한 색감을 많이 사용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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