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채취해서 먹는 산채 비빔밥 만들기]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고, 인준이 넓은 바구니와 작은 호미를 가져왔다.
각자 하나씩 호미를 집어 들고 인준을 따라 숲 가장자리 텃밭에 도착했다.
인준 :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순서는 직접 나물을 채취해서 다듬는 거예요.
도라지, 가지, 호박잎, 고구마순, 열무, 고춧잎 등 다양한 나물들을 하나 둘 모여 장갑을 끼고 나물을 이리저니 만지며, 저마다의 반응을 보인다.
현서 : 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것 일이야. 아닌가? 이미 먹어본 적이 있나?
영인 : 이미 요리가 다 되어서 나오는 음식들 중에 우리가 먹어봤을 수도 있어.
서영 : (도라지를 주물러 보며) 나는 안 먹어본 거 같아. 집에서도 본 적 없는 거 같아.
송현 : 우리 집은 도라지가 가끔 양념에 묻혀서 나오는데, 생긴 게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안 먹게 되더라.
영인 : 나는 도라지랑 비슷하게 생긴 더덕 양념구이 먹어봤는데, 입에서 씹을 때마다 퍼지는 향이 좋더라.
서영 : 진짜 맛있어? 더덕구이 나도 본 적 있는데 먹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었는데.
송현 : 격한 공감을 건넨다 친구야.
현서 : 너희 비주얼이 굉장히 중요하네.ㅋㅋㅋㅋㅋ 영인이는 향이 중요하고.
영인: 현서 너는 오똔데~~ 먹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데~ 응? 오똔데~
현서 : 나도 비주얼 중요하지. 그런데 안 가리고 다 잘 먹지!!
인준 : 다들 먹어보고 싶은 나물들을 바구니에 담아주세요.
네 명의 친구들 : 네~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여러 나물들을 캐기 시작했다.
여름에 걸맞은 바람과 나물의 향들이 하늘을 넘실거리며, 이 상황을 좀 더 낭만 있게 추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 같다.
캠프 와서 처음 먹는 점심.
슬슬 허기지기 시작했던 그녀들은 꿀꺽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현서 : 이 정도면 될 거 같은데?
서영 : 응. 이제 배고파서 힘도 없어.
여러 종류의 나물들을 바구니 한가득 담아 텃밭을 나왔다.
인준 : 배 많이 고프죠? 이제 맛있는 밥 먹으러 가요. 우리가 딴 것 말고도 다른 반찬들이랑 같이 넣고 비벼서 먹을 건데 다들 매운 거 잘 먹어요? 양념은 고추장 양념이랑 간장양념 중에 고를 수 있어요.
송현: 우리 2개씩 골라서 나눠먹을까?
영인 : 일단 나는 간장양념 안 먹어봐서 그거 먹어보고 싶어
서영 : 그건 나도인데~~
분위기가 묘한 게 모두 다 같은 마음 같았다. 처음에 나눠먹자던 송현이도 간장이 먹고 싶은 듯했다.
현서 : 너희 다 간장 먹고 싶지. 그럼 다 같이 간장으로 먹을까?
영인 : 양념도 먹고 싶은가 본데 눈빛들이. 음..
그 모습을 본 인준은 모두가 1그릇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귀여웠다. 한 그릇 더 먹어도 되는지 물어봐도 될 텐데. 이미 그 학생들에게는 용량이 한정된 것처럼 이야기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가만히 두면 주방에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거 같았다.
인준 : 한창 클 때니까 많이 먹어야죠. 물놀이도 했고 배가 많이 고플 텐데. 나물이랑도 많이 캤으니까. 2그릇씩 먹어도 돼요.
송현 : 그러면 배가 너무 불러서 졸리면 어떻게 해요.
인준 : 그러면 자면 되죠?! 캠프 안에서 여러분은 흘러가는 대로 지내면 돼요. 아니면 다른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송현 : 그런 건 아닌데, 수업 전에 배불러서 졸릴까 봐 적당히 먹던 게 적응돼서 그런 거 같아요. 잠깐사이에 캠프라는 걸 잊었네요
서영 : 우리 다 비슷한 거 같은데, 두 그릇 먹을 생각을 못한 거 보면
영인 : 그래 두 그릇 먹자 우리. 다 맛보는 거야.
인준 : 그럼 이제 따온 나물을 물에 씻어서 저를 주면 됩니다. 할 수 있죠?! 주방세제로 씻으면 안 돼요!! 알죠!
현서 : 당연히 알죠. 저희는 너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신다~!! 물로 잘 씻어서 드릴게요.
각자 따온 고사리, 도라지, 참나물, 고구마 순, 깻잎, 시금치를 흐르는 물에 씻어 인준에게 건넸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없다. 요리는 인준의 몫, 그저 기다릴 뿐이다.
다들 배가 고파서 힘이 없는 건지, 점점 맛있어지는 고소한 향을 맡아서 입이 멈춘 건지, 멀리서 보면 이미 침을 흘리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 대화 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인준은 그런 주방에서 부담스러운 눈빛을 뒤통수로 받으며 꿋꿋이 요리를 하는 듯했지만...
인준 : 저기.. 학생들!! 밥 다 되면 부를게요. 숙소에 가서 쉬고 있을래요? 뒤통수가 너무 따가워서..
송현 : 저희가 배가 많이 고픈가 봐요. 이따가 올게요!! 가자 얘들아.
숙소로 돌아와 가방에서 영인이 챙겨 온 트럼프 카드를 꺼냈다.
영인 : 우리 설거지 내기 할까? 내기가 걸려야 재미있잖아.
현서 : 좋아. 밥도 해주시는데 설거지는 우리가 할 수 있지. 대신 혼자 하면 외로우니까 두 명이서 같이해.
서영 : 그러면 조커 뽑기 해서 2명 정하자. (둠칫둠칫)
영인의 트럼프 카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트럼프 카드가 아니었다. 치킨 그림이 메인으로 그려진 귀여운 트럼프 카드였다. 틴케이스를 여는 순간 악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닭이 그렇게까지 귀여울 수가 있나? 취향차이는 존중한다. 옷깃만 스쳐도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소녀들이기에.
송현 : 뭐야 이거. 왜 이렇게 귀여워.
현서 : 너무 귀엽쟈나. 이거 브랜드야? 어디서 산 거야?
영인 : 우연히 치킨 팝업에 갔다가 거기 굿즈로 샀어. 귀엽지.
현서 : 이거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나? 나도 이거 가지고 싶다.
서영 : 진짜 너무 귀엽다. 근데 우리 밥 먹기 전에 게임해야 하는 거 아니야?
송현 : 귀여움에 뽕 빠져버렸네. 카드 섞어서 나누자. 흑백 치킨 하나 빼고.
영인: 다들 룰 알지? 일단 게임 전에 손에 중복되는 숫자나 알파벳이 없게, 2장씩 짝지어서 버려야 해.
현서 : 다 버렸어~~~~
송현 : 그럼 가위바위보해 이긴 사람 시계방향 가위바위보
이렇게 시작하려는 순간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모두 우왕좌왕하며 들고 있던 카드를 모두 내려두고 건물 밖으로 헐레벌떡 나갔다. 우리를 맞이한 건 인준의 웃는 얼굴. 밥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오래 이야기를 한 거 같지 않은데 담소를 나눈 시간이 길었나 보다. 인준의 부르는 방식에 째려보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대로 밥 먹으러 주방으로 향했다. 아무 일도 아니라 그저 우릴 부른 거였다는 것에 안도감을 가지고 잔소리도 식후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