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으로 등교하는 현서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누가 봐도 기쁜 일이 있는 사람처럼 교실을 향해 걸어가, 문을 열고 친구들에게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현서 : (들뜬 표정으로) 안녕?!! 얘들아, 나 캠프 허락받았어! 어제 집에 가는 길에 바로 물어봤는데, 원샷원킬!!! 너무 좋아!
송현 : 진짜 잘됐다. 어제는 미지근한 반응이었는데, 허락받고 이렇게 좋아하는 거 보니까 정말 가고 싶었네 이 친구. 네가 제일 좋아할 거 같긴 했어. 거기 공기랑 풍경이 장난 아니라고 했거든.
영인 : 난 아직 못 물어봤는데.. 부럽. 근데 우리 거기 가서 정확히 뭘 하는 건데? 프로그램이 좀 궁금하더라. 그냥 쉬는 건가?
송현이 웃으며 말했다.
송현 : 그냥 쉬는 게 아니라 '느림'을 체험하는 거야. 산책, 그림 그리기, 캠프파이어, 별 보기, 이런 거.
영인 : 수련회 느낌인 거 같지만 느린 수련회인 건가? '느린 수련회' 이렇게 말하니까 좀 색다르긴 하네. 근데 일정이랑 준비물 같은 건 알아봐야 할 듯. 괜히 가서 심심하면 안 되잖아
현서 : 프로그램 보니까 생각보다 다양하더라고. 그냥 앉아서 쉬는 게 아니라 진짜 느리게 노는 거야.
그때, 교실 문쪽에 서 있던 서영이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마시는 모습을 보고, 현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현서 : 서영아... 너도 같이 가면 좋겠는데, 우리 네 자리 빼고 가면 진짜 허전할 거 같아.
서영 : (시선은 책상 위로 고정한 채) 난 아직 잘 모르겠어. 그냥.. 아직 그런 기분 아니야.
송현 : 알았어. 강요는 안 할게. 대신 우리 일정 확정되면 한 번만 더 물어볼게. 혹시 그때 기분이 바뀔 수도 있잖아.
영인 : 뭐, 인원은 많을수록 좋긴 하지. 나도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야기해 볼게.
현서 : 좋아, 우리 전원이 갈 수 있으면 진짜 좋겠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1교시 수업 종이 울려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현서의 머릿속엔 캠프장에서 보게 될 별로 뒤덮인 하늘과 아침햇살이 계속 떠오른다.
'서영이가... 같이 가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영인이는 집에 들어가서 엄마에게 어떻게 물어보고 설득을 받을지 고민하며 집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를 이길 말이 떠오르지 않는데, 현서가 말해준 것처럼 정면돌파가 정답인가 싶기도 했다. 일단 웃으면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니까 말이야.
"띠리리링" 문이 열리고 엄마와 마주쳤다.
영인 엄마 : 오늘 표정이 좀 밝네? 좋은 일 있었어?
영인 : 엄마, 이번 방학에 친구들이랑 1박 2일로 캠프를 가자고 하는데.. '느림의 미학'이라고 자연 속에서 쉬는 프로그램이래.
영인 엄마 : 공부는? 너 이번 방학에도 학원 스케줄 빡빡하잖아.
영인 : 알아. 근데 솔직히 요즘 진짜 기계처럼 살고 있는 기분이야. 하루 이틀 정도는.. 그냥 생각도 정리하고, 산책하는 시간이 필요해. 쉼이 필요해 엄마.
영인 엄마 : (잠시 생각에 잠기며) 그래도 방학이 제일 중요하잖아. 다음 학기를 미리 돌아보고 하는 시간들인데, 그리고 등수가 높을수록 올라가긴 어려워도 내려오는 건 쉽다는 거 알잖아. 그래도 가고 싶어?
영인 : (기죽으며).. 응 가고 싶어 엄마. 친구들이랑 추억도 만들고 싶고, 내가 한 5일 이상 빠지는 것도 아닌데 이틀로 추락할 만큼 공부 쉽게 하지 않았어. 딸을 믿어줘 엄마.
영인 엄마 : 엄마는 네가 다녀와서 성적 떨어져 스트레스를 받은 너를 마주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그래도 이렇게 당당하게 믿어달라고 하는 거 보니까 자신 있나 보네. 우리 딸.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 처음 봐서 조금 놀랐어. 공부가 전부가 아니지만, 다녀와서 진짜 열심히 해야 해!
영인 : 응. 약속할게 엄마. 다녀와서 더 열심히 할게.
자식의 표정으로 그날 하루의 기분을 체크하고, 내 아이의 숙제와 진도에 열중하는 모습이 다 똑같나 보다.
현서 엄마와 영인 엄마는 자녀들의 휴식의 필요성을 이해하면서도, 이틀의 쉼으로 추락을 맞보지는 않을까 걱정에 학업을 약점 삼아 조건부로 캠프를 보내준다. 그래도 영인은 허락을 받았다는 마음에 기뻐했다.
아이들에게 잠시의 자유가 허락됐지만, 그 자유는 책임이라는 끈에 단단히 묶여 캠프를 다녀오고 나면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같은 조건으로 캠프를 가게 된 친구들은 같은 경험으로 더욱이 유대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