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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0일,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1년간의 직장 생활이 종료되었다. 그동안 지냈던 아파트의 마지막 관리비와 전기세를 납부한 뒤, 모든 짐을 싸서 나는 또다시 진짜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퇴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밥상과 가족 간의 포근한 소속감을 되찾았다. 보기 좋게 차려진 음식들 사이로 오가는 젓가락질만으로 단번에 실감할 수 있었다. 서로의 와인잔에 샴페인을 따라주며 톡톡 터지는 탄산처럼 상큼하고 달콤한 연말을 즐겼다.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고, 휴대폰에서는 신년 인사 메시지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편 머릿속에서는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새로운 것들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반반씩 자리를 다투어 싸우고 있었다.
스물넷에서 스물다섯이 되는 순간. 몸과 마음이 전보다 조금 단단해지고 있었고, 더는 20대 초반과 같아져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자라고 있었다. 내 속에서 어떤 부분이 성숙해졌고, 어떤 부분이 아직 모자라는지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려웠지만, 이제는 연습보다는 실전으로 뭐든 부딪혀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과 맺고 있는 관계에서도 적절한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2022년을 맞이하며 또 다른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 까지는 단 하루밖에 소요되지 않지만, 그 사이에 꽤 큰 변화가 일어난다. 새해를 맞이하는 날에 반드시 치르는 나만의 의식이 있다면, 다이어리를 열어 깨끗하고 반듯한 면에 1년 동안의 목표를 적어내는 일. 성취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무모한 목표는 세우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 먼저 가능성이 높은 순에서 낮은 순으로 10가지의 목록을 적어 내린다.
1부터 10까지의 번호와 함께 큰 제목을 달고, 그에 맞는 세부내용을 적어 내리면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꾸준히 실천하고 있던 습관이었다. 목표들을 전부 이뤄내지 못해도 괜찮다. 열 개중 단 세 개를 실천하더라도, 아무 계획도 없이 1년을 시작했다가 어쩌다 겨우 얻어낸 하나의 결과물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호기심으로 들어갔던 직장에서 생각지 못했던 즐거움을 찾아낸 뒤 다시 돌아오기 직전까지, 이곳에 조금만 더 있어볼까 하는, 마음이 자주 들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한동안 들었지만 다시 작업실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그런 마음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시간에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힌 목표들을 하나씩 지워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할 뿐이었다.
실천한 내용들에 빨간 줄을 긋고, 다음 목표를 향해 준비하는 시간들. 순간 반짝, 하고 사라지는 영감을 세상 밖에 탄생시키는 시간들이 내게는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이다.
한 발짝 멀어져 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간혹 새로운 것들에 몇 차례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작업은 차마 놓을 수 없었던 내 유일함이기도 했다.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세상. 각 잡히고 안정된 곳과는 다른, 위험하고 변수가 가득한 모험이 기다리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