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sos !
오랫동안 묵혀둔 고민을 세상 밖으로 꺼내 보일 때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더 어릴 때는 아무도 모르게 숨기느라 바빴다면,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은 오히려 꺼내놓고 싶은 마음이 든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열어 언제든 메모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직접 말로 전하기 이전에 한 번 스스로 곱씹어보고 정리된 내용을 가지런히 글로 옮기고 나면 실제로 타인에게 조언을 구할 때에도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친구들 혹은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좋고, 아니면 메시지를 나눠도 좋다. 요즘은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텍스트로 얼마든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가끔은 만나서 나의 입을 떼는 것보다 생각을 잘 정리해서 문자로 옮겨 적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는 전화 통화를 딱히 선호하지 않는다. 예전에 연애를 할 때에도 통화를 하다가 길어지면 졸기도 했고, 시계를 본 적도 있었다. 상대에게 미안했지만, 매일 똑같은 질문을 하고 계속해서 비슷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게는 좀 어려웠다. 차라리 친한 친구들과 고민거리를 주고받는 편이 훨씬 좋았다. 누군가가 먼저 통화를 중단하길 원해도 서로가 민망해하지 않고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사사로운 고민들과는 다르게 살면서 한 두 번은 나의 인생에서 커다란 변화를 주어야 될 때가 있는데 그게 지금인 것 같았다. 그럴 때는 역시나 부모님과 가장 먼저 의논하는 것이 좋다. 나와 가장 가깝고 나보다 인생에서의 경험이 다양한 어른이 아직 내 옆에는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미 나의 몸과 머리는 완전하게 자라나 어른의 형태를 지녔지만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10년, 15년 전의 마음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여전히 무서운 것들이 많고, 껍데기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나를 볼 때 좀 괜찮아 보였으면 싶다. 머리로는 남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지만, 인간은 인정받아야만 비로소 힘을 내 움직일 수 있는 좀 더 따뜻하고 다정한 로봇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나 자신을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금보다 나아져야 하니까 지쳐도 계속해서 억지로 올라가다 보니 방향을 잃고 힘만 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뿐인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소식들에 힘이 빠질 때가 있었다. 자존심이 상해 인정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아닌 척 해도 사실은 맞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한 번쯤은 나의 특별함은 좀 내려두고 남들처럼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받는 대가 없이 내 열정만 쏟아내는 게 지치기도 했다.
약간의 허탈함은 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나에게 조금 솔직해진 기분이 든다. 쉽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주말 동안 친구들과, 동생들과 많은 문자를 나눴다.
타인의 시간에 들어가 말문을 여는 일은 아직까지 조심스럽고 가끔은 미안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나의 걱정과는 달리 언제나 다섯 배, 열 배로 공감해 주는 그들의 대답은 언제나 나를 부축한다.
어쩌면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들이었을지도.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언제나 한결같이 타인을 생각해 줄 수 있을까. 모두가 남겨준 소중한 말들을 주말 내내 곱씹어 보았다. 꼭 작고 귀여운 세포들이 몸속을 가득 채워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