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살면서 나눴던 무수한 첫인사를 기억한다.
새 학기가 시작됐던 날, 익숙한 교실에서 만났던 낯선 친구들과의 어색한 인사.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나의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친구들을 맨 처음 만나 어렵게 어렵게 다가가 코를 맞대며 나눴던 인사. 7년 전, 지금은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 나눴던 짧지만 여운이 강했던 첫인사.
그날의 분위기와 주고받은 몇 안 되는 말씨까지 전부 잊지 않았다. 다 적지 못한 순간들이 아직 많이 남겨져 있지만 꼭 몇 가지를 고르라면 이러한 첫인사들이 떠오른다. 마음먹고 적으면 A4 한 면은 가득 채울 수 있을 것도 같다.
보이는 형태라고는 하얀 배경과 검정콩 같은 글자 조각이 전부인 이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여러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적인 만남 없이 사람이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단연 글과 음악이 최고의 수단이라고 여기며 다정한 첫 번째 인사를 전한다.
변덕스럽고 복잡한 세상에서도 하루의 끝에서 맛보는 달콤한 커피의 맛을 알아채 주기를. 무조건적인 행복은 어렵지만 되도록 행복한 쪽으로 움직이려는 시도는 해 볼 만한 일이라는 것도 함께 덧붙여 전하고 싶다.
지난밤에는 오늘의 첫인사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이왕 시작하는 일은 최대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어떤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내야 할지 길게 고민했던 것 같다. 살면서 아주 높이 올라가 본 적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아주 밑으로 떨어져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평범하게 지내온 내가 글로 써낼만한 굵직한 이야기들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그렇지만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랐다는 건 분명했다. 하고 싶은 일은 꼭 하려고 했고, 그 주위에는 항상 부모님의 응원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자신 있게 꺼내 보일 수 있는 건, 성인이 되기 전에 진정한 꿈을 찾았다는 것과 그 꿈을 좇아 8년 동안 크고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가꾸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