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by 편린

언제나 나의 루틴을 가꾸는 일에 진심이다. 자세히 말해 기상과 취침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매일 규칙적으로 흘러가게끔 최선을 다해 유도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 강박에 관한 종류와 그에 맞는 특징을 정리해 놓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여러 종류 중에서도 확인 강박증은 내가 주로 겪었던 증상과 비슷했다. 확실한 일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의문을 품는다거나, 객관적으로 충분한 상태임에도 더 많이, 더 과한 노력을 하는 경우가 그랬다.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몇 번이고 확인을 해야지만 겨우 만족하는 식의 일들이 내게는 흔히 있었다. 이럴 경우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하나 있다. 함께 일 하는 상대방이 있을 때, 비교적 나보다 치밀하지 못한 사람으로 간주해 버린다는 것이다. 나만의 꼼꼼함을 내세워 상대를 평가하려고 했던 적이.. 사실은 있다. 지나친 부지런함이 만드는 오만. 내가 고쳐야 할 점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또 시간에 관한 강박이 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뜨고 양치를 하고 전날 챙겨둔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기까지 딱 30분.
10분이 더 빨라지거나 더 늦어지는 게 싫다. 사실 안 되는 건 아니지. 그냥 그렇게 정해두었기 때문에 그 룰을 최대한 깨고 싶지 않다. 정해 둔 기준에 어긋나는 상황이 올 때 몹시 불편함을 느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었는데 학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단 하나뿐이었다. 재시간에 타지 않으면 돌고 돌아 평소보다 두 배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내게는 꽤 치명적이게 작용했던 것 같다.
오전 7시까지 정류장에 나와있어야 했다. 어느 날은 7시 5분에 버스가 왔고,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울 때에는 10분에 오기도 했다. 동이 일찍 트는 봄과 여름엔 나쁘지 않았지만 비교적 해가 짧은 가을과 겨울엔 아침에도 가로등 불과 어두운 동네를 걸어야 했다.

나의 치밀한 등굣길 루틴 덕분에 2년 동안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일어나서 한 시간이면 등교를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었지만, 나는 매번 2시간 10분 전에 일어나곤 했으니까. 학교와 집간의 거리가 가장 먼 내가 대부분 1등으로 교실문을 열 수 있었던 이유다. 가끔은 피곤하기도 했지만 매일 같이 듣는 담임선생님의 칭찬이 그때 내게는 너무나도 달았다.

자잘한 강박에 인정욕구까지 더해졌던 나의 학창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끝내 강박을 버리지 못했다. 헤아려 보면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경우도 많기도 해서 강박을 더 안고 살았다. 나는 뭐가 그렇게 치밀하고 꼼꼼하고 싶었을까. 끝없이 시간을 계산하고, 늘 한참 전부터 가방을 싸서 밖을 나섰어야 했나. 이제는 이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기도 해서 이참에 그냥 사랑해 버리자고 말한다. 과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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