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소녀 이야기

풀냄새 나는 이곳

by 편린

방 안 창문만 열면 새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강원도의 한 산골이다. 집 뒤편 물가에는 오리들이 헤엄치고 그 옆 풀들 사이에서는 미나리가 한창 자라나는 중이다.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만 읍내에 도달할 수 있지만 불편한 건 잠깐이었다. 장을 보는 일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면 되었다. 외식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는 건 특별한 움직임이 되어버렸으며 덕분에 갑작스러운 소비를 하게 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7년 전 이곳에 맨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주변이 딱히 낯설지 않았던 건 그동안에도 나는 항상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내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환경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이 훨씬 어려웠던 것 같다. 물론 나보다는 엄마 아빠가 훨씬.
그들은 해본 적도 없는 농사일을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배움을 받기 위해 애썼다. 모든 게 처음이라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못했기에 가릴 것 없이 모두의 말을 담아내느라 고생이 많았다.

엄마아빠를 뒤따라 여러 논과 밭을 누비며 다녀본 경험이 이제는 제법 쌓였는지 웬만한 노동에는 겁을 내지 않게 되었다. 이사를 온 지 2년 차 정도 되었을 때, 부모님을 돕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농작물 포장 아르바이트도 한 적이 있다. 그때를 기점으로 '농사'에 대한 생각이 180도 변화했던가.. 아무튼 농사일은 절대 할 일이 없어서 고르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는 걸 몸소 깨닫게 되었다. 몸을 쓰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그 당시 스물두 살이었던 나는 매일같이 곱씹었다.


부모님과의 산골생활 7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변덕스러운 날씨만 빼면 모자랄 것도 없고 불행할 것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농사는 하늘이 하는 일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새삼 느낀다.

5월이 되었고, 또다시 우리의 땅에 씨를 뿌렸다. 작물을 뿌리내리고 거두어내기까지 적잖은 땀과 눈물 그리고 서로 간의 갈등이 약간씩은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늘 작물이 보기 좋게 자라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자연스레 쫓아가는 장면을 꿈꾸지만 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들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셀 수 없이 많다.

단지 시작했으니 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더 귀하고 특별한 마음. 그건 우리가 밟고 서는 흙에서만 찾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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