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첫 단추 (2015)
2015년 7월의 중간, 그때 나와 도자기는 처음으로 인연이 닿았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방학 중에도 수업을 들으러 등교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도망치고자 엄마찬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은 침착하게 담임 선생님께 나름의 이유를 덧붙여 불참 의사를 건네드렸지만 역시나 먹히지 않았다.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되는 분위기였다. 애를 쓰다 결국엔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나중이 걱정됐지만 일단은 나의 소중한 방학을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엄마에게 선생님과의 통화를 부탁했다. 다음 날 엄마와의 짧은 통화를 마친 선생님은 교무실로 나를 불렀다.
다소곳한 자세로 최대한 상냥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런 내게 2주 동안의 숙제를 내주셨다. 하루 2단원 분량의 사회문화 인터넷 강의를 듣고, A4용지 한 면 분량에 담아 정리하는 미션이었다. 질긴 조율 끝에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14일의 방학을 더 얻어냈다. 얼마나 기뻤는지.
내게 어떤 경험이 필요한 지에 대해 엄마는 며칠을 고민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분야가 도자기였다. 내가 도자기 흙을 만져본 기억은 너무 어린 시절의 일이라 가물가물하다 못해 거의 없는 기억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단 세 정거장이면 공방에 도착했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매미가 찡찡 울어대고 타는듯한 볕이 온 사방을 익게 만들던 그 여름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공방의 문을 열기 직전까지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흙 한 덩이를 손에 쥐어보는데 너무 부드럽고 따뜻해서 놀랐다. 내가 알던 흙이 맞나, 평소 갖고 놀던 지점토와는 차원이 다른 감촉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큰 충격을 받고 두 시간 내내 나는 이름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온몸이 이완되면서 두 눈이 뜨거워지는 걸 경험했다. 무조건 다시 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온갖 다짐을 했다. 흙을 만지는 순간순간들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빠져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아빠에게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 줄까, 줄 이어폰을 꽂고 버스 안에서 내내 고민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열여덟의 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날이 첫 단추였다. 흙과 나만의 첫 교감이자 나의 첫 꿈. 꿈을 갖게 된 나는 이제 더 바랄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높은 시험 점수와 우수한 성적표, 멋진 대학진학의 꿈도 내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좋아하는 걸 찾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