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예가입니다 -2

마침내 스물 (2017)

by 편린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멋진 시작을 해보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감이 차 있었으며 자유로워진 몸과 마음에서 오는 안정감은 내게 마치 뭐든 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2017년은 그 멋진 '시작'이라는 걸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했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주 5일을 대학교가 아닌 도자기 공방으로 향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과 병행하여 자유로운 연습시간도 가졌다. 주 2회는 정규 수업이 있었고, 나머지 3회는 개인 연습의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하러 나가기 위해 눈을 뜨는 일이 참 행복했다. 나만의 진정한 루틴이 생겼고 24시간을 오로지 내 의지대로 조절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

가끔씩은 짧게 아르바이트도 하고 틈틈이 용돈을 받았다. 적어도 스물세 살 이전까지는 미래를 걱정하거나 두려워했던 적이 딱히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은 하려고 했고, 가고 싶은 곳은 어떻게든 가려고 했다.
가끔은 외로웠던 적이 있었지만 나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름 괜찮았다. 매일 즐겁게 도자기를 배우러 다녔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러 다녔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가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전시회를 보러 다니기도 하면서.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면서 나는 나를 꽉꽉 채워나갔다.

그 해는 유독 여러 이유들로 집에서 혼자 보낸 시간들이 많았다.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나는 딱히 해결을 돕지 못했다. 사실은 도울 수가 없었던 게 더 크다.
그럴 때면 나는 더 자주 작업실을 찾았다. 흙을 만지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을 비울 수가 있었다. 내가 이걸 계속해서 하면 어떤 사람이 될까 몹시 궁금했다. 또 이렇게 좋은데 안 할 이유도 없지 않냐며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답을 찾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꿈을 손에 넣고 하루하루를 보냈을 과거의 내 모습이 귀엽다.
버스에 올라 정류장에 내려 또 걷는 시간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 앞까지 달려왔던 시간들 전부가 나한테는 다시는 없을 소중한 여행이었다. 심심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엄마가 차려두고 간 따뜻한 밥을 먹었고, 좋아하는 가수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내일은 뭘 만들까 한참 고민을 하다 잠에 드는 날들.
가끔씩 2017년, 스무 살의 나를 떠올린다. 순수하고 겁도 많았던 때지만 지금보다 용감한 구석이 있기도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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