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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Feb 14. 2024

여기다 용돈 쓰는 중딩 없습니다


중딩 아들은 돈의 달콤한 맛을 압니다. 

돈은 먹깨비 중딩 미각을 만족시켜 주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중딩은 용돈에 꽤나 진지한데요.

덩달아 저희 진심이지요.

용돈을 그냥 쥐어주 법은 절대 없습니다.




먼저 중딩 집안일을 도우면 용돈을 받을  있습니다.


누가 먹깨비 아니랄까 봐 집안일 중에서도 부엌일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일 하는 일은 식탁 닦고, 수저 놓기입니다. 메뉴가 흡족하면 놓던 숟가락도 집어 들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요. 마당 쓸다 돈까지 줍는 그저 재미가 쏠쏠한 일이지요. 건당 . 일한 만큼 용돈을 챙겨 갑니다.



재활용 분리수거도 용돈 벌이에 한몫합니다.  어미는 태어나 쓰레기 독촉이란 걸 다 받아 봤는데요. 돈을 준다니 자꾸 버리겠다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지요. 결국 쓰레기 한 주머니당 백 원으로 탕탕! 결정을 봤습니다.



이러하니 중딩 아들은 하이에나가 따로 없습니다. 일거리 찾아 어슬렁대기가 특기지요. 특히 어미 체력이 바닥나는  은근히 기다리는데요. 이런 날은 응당 어미 일도 본인 몫이 되곤 하니까요. 그리하여 설거지나 빨래등 엑스트라 용돈을 기도 합니다.





생활습관을 위해서도 용돈을 걸데요.

중딩이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실천했음 하는 바로 이불 정리입니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중딩계좌에 바로 오백 원을 쏴줍니다. 이제는  감고도 착착 움직이는 중딩이 되었지요.



어미가 중요시하는 또 한 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운동입니다. 저질체력만 제발 닮지 말았으면 하는 어미의 강한 바람이 담 있지요. 움직거리기 싫어하는 중딩이지만 요즘 부쩍 피트니스 센터를 드나들고 있는데요. 자기애 충만. 에어팟 끼고 런닝 하는 자기 모습에  간 듯합니다. 운동할 때마다 천 원. 금액이 커서 출혈은 크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지출이랍니다.





마지막으로는 학습에 관련된 용돈인데요.

어떤 전문가는 학습 보상으로 돈을 주는 것은 부작용이 따른다 하기도 합니다. 보상 없이는 아이가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미는 생각했습니다. 용돈이라는 명목하에 매달 그냥 주는 돈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고요. 자기 할 일 다 하고 받는 돈이니까 자기 효능감도 높아질 수 있겠다라고요.



영단어 암기에 용돈을 걸었습니다. 

개에 오십 원. 보통 하루 20개 암기. 고정적으로 천 원을 가져갑니다. 어미 같으면 하루에 백 개씩도 외우겠다만. 그럼 큰일 나는 줄 아는 중딩은 딱 하루 할당량만 외우곤 합니다. 끙.



독서 용돈이란 것도 만들었는요. 완독 후 독서 기록까지 마치면, 깜놀할 만 원! 을 줍니다. 어쩌면 저희 집 중딩이 아직까지도 책을 놓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용돈만큼은 바로 주지 않는데요. 연말, 일시불로 증정합니다. 그야말로 묵직한 용돈의 맛을 볼 수 있지요. 어미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품격 있는 생색을 낼 수 있답니다. 다른 연말 선물 따위는 준비할 필요도 없고요. 아들아, 요건 몰랐지. 메롱.






중딩 아들은 먹깨비답게 용돈 대부분을 냠냠 쩝쩝후르릅에 지출합니다. 똑같은 음식도 용돈으로 사 먹어야 제 맛이난 다나 뭐라나요. 방과 후 친구들과 편의점 회동은 중딩의  기쁨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용돈을 받으니

확실히 허투루 쓰는  줄었습니다.

돈을 황금 보듯 챙기기 시작했다는 말씀.


 한 가지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엄마 것도 별생각 없이 하나씩 사들고 더니. 이제는 지출에 트리플 신중함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아들 용돈으로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말입니다. 쩝.


그래도 눈치는 챙기는 중딩이라 서프라이즈를 기도 하는데요. 물론 아주 드물게 말입니다. 

어미가 글이 안 풀린다며 머리를 쥐어뜯을 때나,

아파서 누웠거나,

둘 사이 화해가 필요할 때.

말 대신 간식을 사서 쓰윽 내밀곤 합니다.

좀처럼 등장하않는 중딩 용돈을 써 말이지요.


먹깨비답게 타인의 미각에도 세심한 편인데요.

말하지 않아도 어미의 최애 간식을 꾀고 있습니다.  크림빵, 콘쵸코, 카페라떼를요. 글자를 두드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네요. 룰루랄라~





이런 중딩이 거금 오만 원을 일시불로 사용할 때가 있는데요. 어미가 연말 독서 용돈을 한꺼번에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음하하하.


뭉칫돈 앞에 중딩은 마냥 헤헤헤. 말랑말랑 젤리 마음이 됩니다. 바로 이때를 노려 작전을 개시해야 합니다. 중딩 옆구리 찔러 돈을 받아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니까요.




비행기로 스무 시간 남짓 가야 하는 잠비아에는 중딩 아들 동갑내기 친구가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결연 후원을 맺은 친구지요.


저희 집 중딩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졌는데요. 별명이 장군이 일정도로 한 덩치였던 아기에게 무색한 일이었지요. 덩달아 어미도 아픈 바람에 우리 모자는 한 달이 돼서야 서로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때부터 선명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소중하지 않은 생명 없었습니다.

그저 서로 눈을 마주칠 수 있음에 감사했지요.


매달 결연금은 저희 부부가 챙기고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선물금만큼 아이가 직접 챙길 수 있도록 독려했고요. 선물금은 일 년에 딱 한 번. 최대 오만 원을 결연 아동에게 필요한 물품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중딩 아들 용돈이 제일 두둑한 때를 노린 결과. 올해도 아싸! 성공입니다. 흔쾌히 자기 용돈 오만 원을 떼어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반가운 편지와 사진이 도착했어요. 


활짝 웃는 너의 모습 보고 싶어.


중딩 아들은 친구가 무슨 선물을 받았을지 무척 궁금해했지요. 현실은 아무리 눈을 크게 떠봐도 생활 용품과 식료품뿐이었습니다. 사진 속 친구는 선물로 받은 도시락통과 물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지요. 이번에도 중딩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선물이었습니다. 중딩 아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진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더라고요.


참, 그것도 잠시.

친구가 받은 선물을 아쉬워하던 중딩은

갑자기 자기가 레고를 사겠다며... 그럼 그렇지. 끙.


올해도 어미는 용돈 줄 마음이 충만합니다.

중딩 아들이 집안일은 더 많이 도와주고,

책도 우다다다  읽어 재끼고,

운동은 거르지 않고,

영단어도 하루 몇 백개씩 외워서

어미 돈을 왕창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한 문장

용돈은 중딩을 그냥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라

신나서 춤추 한다.



마지막  연재글이라 그런지 질척대며 길게도 썼네요. 시작은 이상한 나라에서 온 중딩을 고발하려 했으나. 연재가 거듭되면서부터는 어느새 중딩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 중딩은 '엄청 순한 '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부디 불닭 연재는 할 수 없기를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중딩아들 연구노트>를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photo by Pixabay &Pie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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