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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Dec 13. 2023

중딩 마음을 움직이게 한 세 가지 방법

남자를 시각적 동물이라 했던가요.

최근 중딩 아들을 보고 너도 남자였구나!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 중딩을 시각적 자극으로 마음까지 움직이게 으니 말입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따라 오시라.





5화에서 중딩 아들 가방에서  쏟아져 나오던 쓰레기를 기억하실까요. 그때 어미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어미를 본받아 깔끔 좀 떨 거라는 생각을 아들은 보란 듯이 ! 차버렸으니까요. 끙.


어미는 참을 수가 . 그동안 눌러 두었던 잔소리를 이때다 하며 해대고 습니다. 하지만  번 더 꾹 참아 보기로 했어요. 지금 터트리면 지금까지 견뎌온 시간이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성이 될 테니까요.

  


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 쓰레기 사진

대신 어미는 아들 가방 속 쓰레기 사진전송했습니다. 사실 사진을 보내 놓고는 마음을 졸였어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아들 반응이 어떨지 조마조마했거든요.


런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즉각 반응이었죠. 어미가 쏘아 올린 쓰레기 사진 한 장에  중딩 아들이 움직 시작했거든요. 가방 속은 물론 심지어 자기 방까지 슬금슬금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오~  놀라워라~ 사진의 힘!


이 시점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연재 후반부 야심 차게 중딩 아들   공개해 보했거든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입니다.  이제 와서 글감을 위해 아들을 말릴 수도 없고 말이죠. 쩝.





이렇게 단발성으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중딩 마음이 움찔대는 또 한 번의 사건있었지요.


저희 집 중딩은 SKY노래하는데요. 어디 SKY 가기가 그리 쉽던가요. 어쩜 그렇게 에 비해 허무맹랑한 꿈을 꾸는지. 놀부 심보가 따로 없었어요.


그래서 이 어미가 누겠습니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중딩 아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지요. 당연히 말미에는 먹깨비 중딩을 유혹할  외식 타임도 마련해 두고 말입니다. 일단 외식을 미끼로 중딩을 데리고 나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중딩을 움직였다는 것은 반은 성공했다는 소리입니다. 그 스텝은 자연스레 입시 설명회 장으로 이어졌고요. 음하하하.




신박한 SKY 사자성어 _ 서성한이, 중경외시, 홍동건숙

어미의 조언에는 한결같이 건성이더니만. 전문가 앞에서는 어찌나 고개를 끄덕이던지요. 자동차에 놓인 까딱이 인형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 날 중딩 아들은 우리나라에는 SKY 말고도 아주 많은 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상위 15개 대학에 입학하는 비중은 특목 자사고 학생들이 60% 깝게 차지한다는 것 알았으며... 일반고 학생들 입학률은 10%에도 못 친다는 사실을... 바뀌는 내신체제에서는 무조건 원점수를 높이 받아야 한다는 실을... 자유학년제가 좋지만은 않다는 이유를... 듣도 보도 못했던 인근 대학도 상위권 학생들이 간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헥헥헥...


열기 넘치던 설명회 현장, 딕션이 좋았던 강사님, 면을 가득 메운 자료와 정확한 수치 등등.  중딩 아들은 설명회장을 경험하고 나서는 확실히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흐리멍덩하던 안구에 별이 하나씩 박힌 느낌이랄까요. 막무가내로 SKY만 외치던 입에서는 '열심히 해서 SKY에 도록 노력해 볼게요.'로 바뀌었습니다.

오~ 놀라워라~ 강연의 힘!





그리고 마지 하이라이트인데요. 의도치 않았으나 재테크와 아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일이었습니다. 입시 설명회에 참석했던 바로 그날. 같은 장소에서 아트 페어도 열리고 있었어. 무료 티켓도 있겠다 쓱 한번 구 봤지요.



연인들은 뒷모습도 그림같구나.

잠시 그림 타임. 감상하시라~


여기서 어미는 운명의 그림을 만나게 되는데요.

과연  픽은 무엇일지...

궁금하시면 계속 따라 오시라.


저희 집은 거실 서재화를 넘어 책상이 모두 거실에 나와있는데요. 중딩 아 책상에서 공부보다 다른 짓을 더 많이 하길래 과감히 거실로 내왔지요. 아들은 책상에서 게임, 웹툰, 유튜브, 그리고 영화도 챙겨 봅니다. 때론 낮잠을 주무시기도 하고요. 어미의 그만해라! 그만해!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 공간이기도 한데요. 직구로 손에 쥐어 준 구글 타이머도 무색해지는 곳이지요.


그날 어미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이거다! 했어요.

이 분을 집으로 모셔와야겠다 생각했지요. 어미의 잔소리를 대신해 주실 분! 비록 잔소리지만 경쾌하게 해 주실 것만 같은 분! 다-다다- 잔소리가 아닌 무언의 제스처로 려줄 것만 같은 그분! 을 말이에요. 


어미는 거금을 투자해 그분을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도착해서는 바로 자리를 정해드렸고요.

정확히. 거실. 아들 책상. 뒤편. 선반위로. 말입니다.

아들에게는 살짝 귀띔도 해주었지요. 이것은 바로

'어미가 항시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컨셉이라고요.

 

그림을 들인 후, 중딩 아들은 책상에 앉는 자세부터가 달습니다. 구부정하던 자세는 어디로 가고 허리를 곧추 세워 앉았지요. 어미는 지금도 농담인척 아들에게 저분의 존재를 상기시켜 주곤 합니다. 똑같이 눈알 강조 포즈를 취하면서 말이에요.

오~ 놀라워라~ 그림 한 점의 힘!


어미 대신 부릅 떠 줘 고마워요~




사진 한 장, 대면 강의 한 번, 그림 한 점.

최근 미의 잔소 대신해 열일해 준 고마운 존재들이에요. 잔소리를 참느라 욕이었는데, 이런 방법이 먹히다니. 기쁘기도 하고, 살짝 맥이 빠지기도 했어요. 그 비결을 찾아 헤매곤 했는데, 결국 중딩을 움직이게 한 것별거 아닌 것이었으니까요. 


중딩 아들과 어미 사이는 언제 일렁일지 모르는 흔들 다리 같아요. 하지만 그 길을 막말 잔소리로 다그치며 어가진 않겠다고 다짐해 봤어요. 그 녀석  마음에 

 것들을 쓱쓱 밀어 넣으며 천천히 걸어

나아가야지 했답니다. 단단한 땅에 두 발을 함께  내디딜 때까지 말이에요.


! 그날 외식은 중딩 아들이 골랐어요.

입시 설명회를 듣고 속이 타들어 갔는지 한 겨울에

강릉식 메밀 막국수에 수육 한 접시를 드시겠다고. 쩝쩝.





오늘의 한 문장

중딩을 움직이게  것

결코 어미의 잔소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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