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들 열폭 일등 공신 게임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실 저희 집 중딩은 게임을 잘 안 하는데요.
부럽다고요? 부러워 마시고 끝까지 들어 보시라.
우리 집 중딩이 게임을 안 해서 걱정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 말고. 전적으로 중딩의 아버님 입장에서 말입니다. 아버지 왈, 친구들과 게임으로도 어울리며 놀 줄 알아야 한다나 뭐라나요. 끙.
그리하여 중딩 아들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게임이라는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초딩 5학년때였고 말이지요.
그때 제가 세상 진기명기 신기방기한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아버지란사람이게임기를 사주겠다며 아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이었지요.제발 좀 사주면 안 되겠니 하면서요.
그렇게 아이는 초딩 5학년 어린이날 선물로 닌텐도 스위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원치 않은 선물을말이죠. 아버지만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지요. 쩝.
하지만 아버지의 창대한 그림도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곧 '닌텐도 구석에 처박히다'로 최후를 맞았으니까요.
꼴좋다! 우헤헤헤.
맞아요. 그 당시 아이는 게임보다는 레고를 더 좋아했습니다. 중딩인 지금도 레고 피규어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놀곤 하는데요. 저음과 고음을넘나드는 소리는 정말이지 어미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랍니다.
핑 슝 다다다다 삐융삐융 취익 척척 끼익 쾅 타다당-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미는 흐뭇하기만합니다. 남의 집 애들은 게임 시간을 제한한다더라. 언성을 높인다더라. 관계가 틀어졌다더라. 야단도 아니던데. 어미는 이게 무슨 복인지 아들을 볼 때마다 하트 눈이 되곤 했지요.
게다가 중딩 아들의 학교생활도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요. 특히 지각하는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태생이 먹깨비인지라. 아침밥 사수를 위해일찍 일어나는것이긴 했지만말이에요.쩝.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학교에더 일찍 가겠다는 겁니다.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을했다나 뭐라나요. 중딩들에게 아침밥과 아침잠을 맞바꿀 무엇이라... 어미는 직감적으로 촉이 발동했지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요. 어미의 꼬치꼬치 질문에 중딩 아들은 구릿함을풍겼습니다.
그날 밤, 어미는 아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렸어요. 깊은 숨소리가 문밖까지 새어 나오자 고양이 발로 사뿐히 침입. 머리맡 손바닥 만한 녀석을 낚아채나왔지요. 모든 비밀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그 녀석을말입니다.
핸드폰은 두 가지 엄청난 사실을 뱉어냈는데요.
첫번째는중딩 아들이 아침 막간을 이용.
모닝 게임을즐겼다는 것이었고요.
두번째는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현질까지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라더니. 어이쿠! 어미 발등이야!
게임이야 뭐 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현질에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게임을 권유하던 아버지도 현질
에는 한결같이 부정적이었거든요. 현질을 했다는 것은 막강 아이템을 장착했다는 것이고, 앞으로 힘을 더 쏟아 부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으니까요. 끙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요?
어미는 잠이 홀딱 달아났지요. 어미를 감쪽같이 속였다니. 분하기도했습니다. 이런 표리가 부동한 녀석 같으니라고! 세상 평화롭게 자고 있는 아이를 흔들어 깨우고도 싶었지요. 네 이놈! 을 속으로 백만번은넘게 읊조렸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