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에 담긴 웃음에서는 능구렁이 느낌마저 들었지요. 평소 내색한 적 없다 생각했는데, 어찌 어미 마음을 읽은 건지, 속마음을 들킨 것만 같았죠.
마... 맞아요.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삼시 세끼의 압박이 말이죠. 어디 그뿐인가요. 세트로 따라붙는 간식이 와 야식이도 함께 오고 있단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
중딩 아들 녀석의 겨울 방학은 시작되었지요.끙.
오늘 아침은 뭐예요?
어미가 세상제일 무서워하는 소리입니다.
우리 집 중딩은 아침 잠보다 아침밥을 사수하는데요. 고로 먹깨비라는 말씀. 비몽사몽 아침에 밥알이 까끌거릴 만도 한데요. 꿀떡꿀떡 잘도 넘깁니다.가끔은 눈을 감고 먹어 대는 무아지경을 보여 주기도 하지요.
다 먹은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를 잊지 않고 날려주는데요. 어쩜... 이 맛에 어미는 그렇게도 식사 준비에 열을 올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혹여 차려준 음식을 남기는 날에는 하루 종일 마음이 쓰이곤 하지요.
중딩의 소울 푸드
쌀이 똑 떨어져 당황했던 어느 날아침. 할 수없이 대령한 음식에 아들은 쌍따봉이란 걸 날려주었어요. 웃음기 싹 걷힌 중딩에게 쌍따봉이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큰 의미입니다.
그 뒤로 어미는 꾸준히 실험해 보았지요.
일단 아침에는먹혔으니 점심, 간식, 저녁 그리고 야식으로 까지 쓰윽 밀어 넣어 봤죠.
똑같은 음식에 질릴 법도 한데, 놀랍게도 중딩은항상웃었어요. 그것도 활짝 만개 웃음을요. 그렇게 해서 어미는 중딩의 마음 아니... 중딩의 식성을 읽었습니다.
게다가 준비도 엄청 간단했는데요. 세상에는우리가 다 맛보지 못한 수많은 밀키트가 존재하니까요. 그렇게 어미는 방학 맞이 각종 떡볶이 밀키트를 담았습니다. 장바구니에 그득 하게요.
떡볶이에게 이렇게 고마워 하게 될 줄이야.
제일 먼저 요즘 우리 집 중딩이 빠져있는 짜장 어묵 떡볶이를 골랐어요. 그다음으로는 요리 느낌 듬뿍 나는 닭갈비 떡볶이를 넣었고요.쾌변을 약속할 것만 같은 신박한 시래기 떡볶이도 픽 해봤지요. 멈추지 않고 추억의 맛을 재현했다는 국민학교 떡볶이, 마늘 떡볶이, 기름떡볶이끝으로 로제 떡볶이까지담아 보았답니다.
어미는 다짐했지요. 방학 맞이 1일 1 떡볶이를하기로요.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아들 둘 다 웃게 할 마법의 한 끼를 떡볶이로 해결하기로 했답니다. 방학이니 이래도 되는 거잖아요. 어미도 좀 살고 봐야 하니까요.어미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배웠거든요.
뒹굴뒹굴의 합계
방학이란 자고로 먹는 것만 해결된다고 끝이 아니지요. 어미는 바른 습관 잡아 주기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바쁘다. 바빠. 중딩 어미.
방학의 꽃은 그야말로 늦잠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특히 겨울 방학이라면 더 더욱이요. 일찍 일어나도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힘든 계절이니까요. 자연스레 이불속에서뒹굴 대는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늦잠으로 시작한하루는누가 봐도 순삭입니다. 24시간은부족하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이 어미가 누구겠습니까. 또 준비해 봤지요.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우리 집 중딩은 모르는 PDS (Plan Do See) 다이어리를요. 이것은 분명 어미의 잔소리보다 백배 효과가있을 거라는 믿음이 빡! 왔거든요.
중딩 아들에게 먹히게 해주세요. 제발요~
이 다이어리는 10분 단위로 생활 패턴을 기록할 수 있는데요. 단 1분 1초도 놓치지 말라며옥죄려고 산 것은 절대 아니에요. 채찍질보다는 당근용으로 구입했지요. 이래 봬도 멍 때리기 소중히여기는 어머니 까요.
단지 확인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게임, 유튜브, 티브이, 카톡, 쇼츠, 영화, 웹툰, 틱톡, 인스타 등... 헥헥. 중딩 너의 나뒹구는 시간은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훠~얼씬 많다는 사실을요.
낭비하는 시간을 스스로 마주 보게 하고 싶었죠. 시간이 없어 못했다는 핑계는 쏙 들어가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