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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an 07. 2024

중딩과 게임

진작 등장했어야 하는  녀석!

어미들 열폭 일등 공신 게임 얘기를  해보려 합. 사실 저희 집 중딩은 게 잘 안 하는데요.

부럽다고요? 부러워 마시고 끝까지 들어 보시라.


우리 집 중딩이 게임을 안 해서 걱정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 말고. 전적으로 중딩의 아버님 입장에 말입니다. 아버지 왈, 친구들과 게임으로도 어울리며 놀 줄 알아야 한다나 뭐라나요. .


그리하여 중딩 아들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게임이라는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초딩 5학년때였고 말이지요.


그때 제가 세상 진기명기 신기방기한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아버지란 사람이 게임기를 사주겠다며 아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이었지요. 제발 좀 사주면 안 되겠니 하면서요.


그렇게 아이는 초딩 5학년 어린이날 선물로  닌텐도 스위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원치 않은 선물을 말이죠. 아버지만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 .


하지만 아버지의 창대한 그림도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닌텐도 구석에 처박히다'로 최후를 맞았으니까요.

꼴좋다! 우헤헤헤.


맞아요.  당시 아이는 게임보다는 레고를  좋아했습니다. 중딩인 지금도 레고 피규어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놀곤 하는데요.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소리는 정말이지 어미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랍니다. 

 슝 다다다다 삐융삐융 취익 척척 끼익 쾅 타다당-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미는 흐뭇하기만 합니다. 남의 집 애들게임 시간을 제한한다더라. 언성을 높인다더라. 관계가 어졌다더라.  아니던데. 어미는 이게 무슨 복인지 아들을  볼 때마다 하트 눈이 되곤 했지요.


게다가 중딩 아들의 학교생활도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요. 특히 지각하는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태생이 먹깨비인지라. 아침밥 사수를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긴 했지만 말이에요. 쩝.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학교에 일찍 가겠다는 겁니다.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나 뭐라나요. 중딩들에게 아침밥과 아침잠을 맞바꿀 무엇이라... 어미는 직감적으로 촉이 발동했지요. 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요.  어미의 꼬치꼬치 질문에 중딩 아들은 구릿함 풍겼습니다.


그날 밤, 어미는 아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렸어. 깊은 숨소리가 문밖까지 새어 나오자 고양이 발로 사뿐히 침입. 머리맡 손바닥 만한 녀석을 낚아채 나왔지요. 모든 비밀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  녀석 말입니다.


핸드폰은  가지 엄청난 사실을  뱉어냈는데요.

첫번째는 중딩 아들이 아침 막간을 이. 

모닝 게임을 즐겼다는 것이었고요.

두번째는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현질까지 했다는 사실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라더니. 어이쿠! 어미 발등이야!


게임이야 뭐 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현질에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게임을 권유하던 아버지도 현질

에는 한결같이 부정적이었거든요. 현질을 했다는 것은 막강 아이템을 장착했다는 것이고, 앞으로 힘을 쏟아 부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으니까요. 끙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요?

미는 잠이 홀딱 달아났지요. 어미를 쪽같이 속였다니. 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리가 부동한 녀석 같으니라고! 세상 평화롭게 자고 있는 아이를 흔들어 깨우고도 싶었지요. 이놈! 을 속으로 백만번은 넘게 읊조렸던 것 같습니다.


엎치락뒤치락. 어미는 밤새 중딩의 아버님이 일어나기만을 기습니다. 그러고는 모닝 면전에다가 다다 다다 사포 랩쏟아부었지요.


게임도 할 줄 알아야  어버님은,

아이를 게임의 세계로 직접 인도하셨던 아버, 

손뼉 치며 기뻐할 줄 알았는데

낯빛이 새파래져 출근을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중딩 아들에게도 바로 말하고 싶었. 하지만 '모닝 막말 금지'를 모토로 삼고 기에...

늘 그렇듯 어미는 참을 인을 새겼습니다. 중딩은 아무것도 모른 채 평상시처럼 등교를 했고.


두둥. 그리고 그날 저녁. 어미는 중딩 아들 기분을 업 시킬 떡볶이를 대령했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중딩후릅후릅 쩝쩝 잘도 먹어요. 한 접시를 해치우고는 벌게진 입을 휴지로 쓰윽 닦아내던 찰나. 어미는 기다렸다는 듯 속공을 날렸습니다.






 현질은 왜 했니?




중딩 당황


그리고

침묵...




어미는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잔소리 보다 백만 배는  무섭다는 만면 온화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요. 부처님도 보시면 분발하고 싶으실 미소를요. 때로는 예상밖 전개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어미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가 웬 말이냐 하요즘 세상 말입니다. 꾹꾹 눌러 써내려간 글씨에서는 중딩의 진심 어린 마음을 읽었.

게임은 정해진 시간만 하겠다는.

현질은 더 이상 안 하겠다는. 

호기심에 한 번 해봤다는. 

뻔한 레퍼토리였지만. 어미는 편지를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도 전. 역시 내 아들! 을 외쳤습니다. 정말이지 못 말린다. 끙.


어미는 믿어보기로 했어요.

동시에 발등을 내려다봤지요. 

... 내리 찍힐까 서요.

이제는 더 이상 찍히고 싶지는 않은... 하면서요.


거듭 찍혀도 다시 믿어주는 마음을 바라면서요.


참, 컴퓨터 게임도 부추기 중딩의 아버지는 

이제 말은 쏙 집어넣으셨다 전하며.




오늘의  문장

중딩을 움직이게 하힘은 미소도 있음을 잊지 말자.












photp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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