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고 싶은 친구의 글입니다
말을 하고 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글솜씨가 부족한데 비해 욕심은 넘쳐, 글쓴뒤에 그 글을 다시 복기할때면 부끄러움이 하늘을 덮었기에, 20대 초반까지 마음의 급하기가 양은냄비 끓듯 할때에나 간간히 글을 쓰고 그 뒤로는 글쓰기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항상 생각은 많지만 그에 비해 언변은 부족한 저를 보면서 글을 써볼까 생각을 해왔지만 생활의 바쁨을 핑계로, 혹은 제 언행 중의 내용의 빈약함을 생각하며 미뤄왔었습니다.
직업 특성상 어쩔수 없이 말을 많이 해야 하기도 하고, 또한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직업특성을 떠나 제가 말이 많다고 말을 할 듯 하지만, 항상 말을 내뱉고 나서 부끄러웠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고민을 덜하고 내뱉는 말은 편을 나누기를 좋아하며, 공격하기를 좋아하고, 비교하기를 좋아하며, 무시하기를 좋아하는 듯 했습니다. 이로 인해 조심한다고 하여도 제가 말을 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가 십상이었으며, 특히나 이 말이 정확하게든 와전이든 그 자리에 없었던 제삼자에게 전해져 더 큰 상처를 주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하물며 공기속으로 흩어지는 말도 이러한데, 활자화하여 글로 남기는 것은 어떠하겠느냐, 내 부족한 글솜씨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내 자신이 비웃음을 사면서까지 글을 남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 들어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아들을 갖고 나서 생각하게 된 일입니다. 저는 제가 자라면서 부모님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기억이 어느정도 완결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완결성이라는 것은, 가족 각 구성원들에 대하여 각자의 인생의 시기별로 어떠한 경험을 하였으며, 이를 대처하기 위해 어떠한 행동들을 하였고, 그 행동들은 어떠한 가치관 혹은 판단에 기반해 행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오만 혹은 무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 1년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많은 고민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 고민과 생각을 이 아이는 당연히 모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내가 부모님의 인생을 안다고 오만하게 생각했던 부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일이 아닐까, 부모님에 대한 삶에 대한 기억과 생각은 파편화되어있거나, 부모님이 말씀해주셨던 부분만 기억하는 불완전한 것이거나, 혹은 제 입맛대로 각색된 것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나이가 40이 되고 많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마음 깊이 의지하는 배우자와, 사랑하는 아들과, 크지 않지만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하여 직원들과 하루하루 경험을 나누어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존재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완전하되, 제 자신이 하는 일은 자주 부족합니다. 그리고 또 제 말도 자주 엇나갑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주 좌절하고, 하지만 조그마한 희망을 붙들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제 마음이 전달되기보다는, 제 언변의 부족함이 타인의 상처로 즉시 치환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달변이 아니기에, 혹은 제 인성과 생각 또한 부족하기에, 제 말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와전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앞으로 제 아들도, 제 배우자도 저에게 마음으로 가까워질수록 더 큰 상처를 받는 경우 또한 늘어날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존재는 완전함을 추구하고, 또 사랑과 시간 속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각자의 인생속에서 그 상처들 또한 잘 극복해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제가 말로 잘 전하지 못하는 제가 평상시에 겉으로 보여주진 못하지만 제가 붙들고 살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글로 남기고 공유하고 싶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변명의 글일수도 있고, 궤변으로 읽힐 수도 있을 듯합니다. 비논리적일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 가까운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이 답답하고 힘든 세상을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고, 이 사람도 노력하면서 살았구나 정도로 읽힐 수 있다면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무척 보람찬 시간으로 남을 듯 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친구의 생각을 너무나 알리고 싶은 마음에 부득이 친구에게 글을 받아 올립니다. 이리저리 조각 나있고 흐트러졌던 사실의 파편을 모아 듣는 이에게 통찰을 주는 특기가 있는 친구입니다. 여러분께도 그것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