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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치남편 Sep 22. 2023

첫번째 미소

라고 착각한 날...

나은에게,


아빠의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는데, 그건 네가 웃으며 사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네 인생에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고,이왕이면 네가 잘 웃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세상에는 웃는 게 좋다라는 뜻의 속담들이 많은데, ‘웃으면 복이 와요’ 라거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등이 있지. 그중에서도 아빠가 가장 동의하는 말은 이거야.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ㅜㅜ,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아빠가 늘 엄마한테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이유란다. 타박을 받기 일쑤지만 그래도 네가 태어난 이후로는 성공율이 좀 올라서 두 번에 한 번은 엄마가 웃어준단다. 아빠는 네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널 어떻게 웃겨줄지를 고민하고 공부했어. 그러니 인지상정상 좀 웃어주었으면 좋겠단말이야 :)


그렇게나 기다리던 너의 첫 웃음은 태어난지 5일째 되던 날에 찾아왔어. 생각보다 꽤 오래걸렸지? 그런데 알고보니 아기들은 태어난지 두세달이 될때까지 웃지 않는다고 해. 사실 그날 본건 아빠의 간절한 소망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던 거지. 다만 아빠가 너무 오바한게 아니냐는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이건 모든 신생아 아빠들의 바람이기도 하거든, 그 근거를 우리는 인터넷에 올라온 ‘신생아 웃는 시기 앞당기는 법’과 같은 글들에서 찾을 수 있지.


웃는 얼굴이라는 걸 정확히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이 반달모양이 되는 것을 생각할 거야. 여기에 ‘광대가 승천한다’는 표현처럼 얼굴의 근육을 모두 움직이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건 아직 몇 년 남은 이야기겠지? 


아빠의 기억에 남아 있는 너의 첫번째 웃음에는 입꼬리가 매력적으로 올라갔단다. 사실 그때까지 네가 눈 뜬것을 본적이 없어.(네가 눈을 뜬건 이주일도 더 지나서 였던것 같아, 아빠닮아 눈이 너무 작으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다고….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그래서 오로지 너의 입모양만 보고 난 네가 웃고 있다고 소리쳤어.


이거봐! 날 보고 웃었어!

너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아. 그림 나은 엄마


유리문 너머에 널 안고 계시는 간호사 선생님들은 아마도 이런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은 있었겠지? 하지만 그분들은 정색하며 ‘원래 아가는 웃는게 아니다. 너가 착각한거다’라고 정정해 주지 않았어. 참 배려심이 많은 분이거나, 너무나 많은 경우를 봐서 착각하게 놔두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계실수도 있고 말야.


하지만 너의 엄마는 정확한 사람이란다. 만약 엄마가 신생아는 원래 웃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빠가 유리문 너머를 널 보며 오두방정을 떠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을거야. 


그러나 엄마도 너의 입꼬리에 이성을 잃고 말았단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손뼉을 쳐대며 너의 첫 미소에 환호를 보냈어. 아이는 태어나서 2년안에 평생 할 효도를 다한다고 하더니, 너는 태어나자마자 한번 입꼬리를 씰룩거린 것만으로도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한다.(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지만) 평생을 덕질해온 슈퍼스타가 콘서트장에 모인 수 만의 팬들 앞에서 내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무대로 불러 올라오게 한다음 다음 큰 절을 올린다고 해도 이것보다는 덜 기쁠것을 확신해.


아니다. 너는 우리의 슈퍼스타니까, 너의 웃음에 우리가 환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 나는 평생을 덕질하려고 슈퍼스타를 낳은 것 같다. 열렬한 사랑을 보내는 팬클럽의 회장이 될테니 가급적이면 자주 이렇게 팬서비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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