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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치남편 Dec 29. 2023

세상에서 가장 곤란한 질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나은에게,


세상에는 몇 가지 곤란한 질문들이 있단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질문들을 꼽아보자면, 첫 번째는 아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일 거야. 하지만 사실 이 질문은 네게 전혀 곤란하지 않겠지? 너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엄마가 좋아요!” 라고 할 테니 말이야. 솔직히 처음에는 좀 서럽고 질투 나고 했어. 아니 나도 네 옆에 있고(너희 엄마보다 절대적인 시간은 적겠지만) 널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넌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


실제상황입니다 아빠분들. 그림 나은 엄마

적어도 말야 ‘엄마가 제일 좋지만, 아빠도 그만큼 좋아요’ 라던지, 그게 어렵다면  ‘아빠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다’라는 식으로 날 좀 언급해 주면 안 될까? 아니 이 나이에 이렇게나 절절한 일방통행식의 짝사랑을 하게 되다니 말이야… 근데 아빠만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이 좀 위로된단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꽤 많은가 봐.


언젠가 육아 대선배님과 점심을 먹다가 이런 고민을 장난삼아 말했더니, 그녀는 이런 고민하는 아빠들 종종 보았는데! 로 말을 시작으로 포청천과 같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아빠를 꾸짖었단다. 그 논리에 따르면 ‘엄마는 세포가 복제되고 아빠는 DNA의 아주 작은 부분만 공유할 뿐이니 엄마를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라는 거였어. 아빠가 문과생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저 말에 금방 수긍이 되고 말았단다.


그래서 아빠의 목표는 너에게 엄마 다음이 되기로 수정했지. 하지만 또 다른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했는데,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란다. 너는 커갈수록 할머니 할아버지를 더 찾게 되겠지. 지금도 그래 엄마한테 한 소리 듣고, 아빠가 편들어주지 않으니까 네가 뭐라고 했니?


“나 여기 안 살 꺼야!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가서 살 거야!”


티는 내지 않았지만, 엄마는 적지 않아 충격을 받았단다. 벌써 저러면 사춘기 때는 자기는 매일 울며 세월을 보낼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대. 근데 아빠는 좀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는데 ‘아니 저렇게 말을 따박따박 잘 받아치다니. 배짱도 좋고 말야. 크게 되겠는걸?’(엄마는 이 말을 듣고 너무 고슴도치 아빠라며 혀를 찼단다)


근데 네가 화를 낼 때마다 엄마와 아빠가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나 어릴 적엔 안 저랬던 거 같은데……’란다. 아빠는 정말 아기 때부터 순둥순둥하기로 동네에서 유명했대!(이건 진짜다, 희자 할머니께 물어보렴) 그리고 엄마도 순했다고……. 전해진다…….(그렇다고 했다 너희 엄마가)


그럼 과연 넌 누굴 닮은 걸까?


맨 처음에 이야기했던 ‘세상의 곤란한 질문’ 중 하나가 여기서 나온단다. 바로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 “아들인 것 같아요, 딸인 것 같아요?”인데, 요거는 맥락을 좀 잘 봐야 해. 지인의 아이를 만나거나 사진으로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자기 자식 이쁘다는데 싫어할 부모 없을 테니 당연히 이쁘다고 이야기 할 거야. 그런데 가끔은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도 있단다.  


① ‘어머 너무 잘생겼어요! 아빠 닮았네요^^’ → ‘아.. 딸인데… ㅎ’(완전 망함)


②‘너무 예쁘네요,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요’ → ‘아들인데, 이쁘게 생겼다는 말 듣고는 해요(덜 망함)  


간략히 두 가지 경우로만 나누어보자면 저런 경우들이 있을 수 있겠지. 여기서 우리는 그렇다면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는 경우 무조건 딸인 것으로 가정하고 리액션을 하는 것이 그나마 좋은 경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생활의 팁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빠는 위에 해둔 분류 외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단다. 아빠의 회사 사람이 너의 사진을 보고 한 말이야.


“따님 사진을 보니 정말 아빠랑 엄마 딱 똑같이 절반씩 닮았네요”


사실 그 분은 엄마 사진을 본 적이 없단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그리고 사실 그 분의 말이 정답이기도 하지, 대신 너의 얼굴은 엄마를 닮기를 기도할게. 엄마는 정말 이쁘니까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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