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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석 Jul 24. 2020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로크

자유주의

다음은 로크입니다. 로크는 철학적 자유주의자로, 근현대 정치학의 판을 깔아준 인물이에요. 그는 그의 생각을 펼치는 데 있어 독단이 없었어요. 로크는 모든 명제는 개연성에 의지해 움직인다고 했어요. 그러니 그 개연성이 스스로 쌓이기 전 까진 서로가 서로에 대해 무지해 보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상대의 무지를 자애롭게 여기며, 또 자신의 지식도 타인의 개연성 속에 무지로 비칠 수 있음을 알고 인내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위 주장에서 로크는 변증법을 사용하는 경험론자임을 알 수 있죠.



그의 경험론은 백지설이라고도 불려요. 로트는 인간이 마치 빈 서판과 같아서 경험하는 대로 쓰인다고 했어요. 선천적인 본유관념이나 원칙은 없다고 했죠. 따라서 외부 본질 역시 없다고 주장했어요. 별개의 종들은 별개의 이름이 붙은 것뿐, 그러한 본질이나 개념은 인간이 만든 경계일 뿐이라고 말했죠. 로크에 의하면 본질이라 생각한 그 지식은 관념의 일치와 불일치에 대한 지각일 뿐이며 우리는 타인의 존재나 물리계, 즉 외부 세계를 알지 못합니다. 지식에 관한 한 우리는 절대적으로 외부 세계와 차단돼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회의주의에 빠질 까 우려되었는지, 로크는 외부 원인과 주관적인 감각은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덧붙여요. 러셀은 ‘외부 세계’에 대해 우리는 감각만 경험할 수 있지 외부 세계는 어떤 수를 써서도 경험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러셀은 로크가 외부 세계를 단절시킨 것을 비판하지 않고, 외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상정했다는 점을 비판해요.



로크의 또 다른 주장은 ‘쾌락’이에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쾌락을 욕구한다고 했죠. 그리고 그 욕구의 방향은 행복이고요. 한데 사람들이 쾌락을 좇다가 잘못되는 이유는 바로 사려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독단에 빠져 멀리 보지 못하고 가까운 쾌락만 좉다보니 잘못된 것이죠. 따라서 로크는 개인이 누구나 사려를 하면 그 행복은 잘못될 일이 없고, 결국 공공의 행복이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려요. 올바른 방법만 알면 쾌락을 욕구할수록 사회가 점점 나아진다고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온 사람의 욕심이 경제를 움직인다는 그 말과 일맥상통하죠.   


  

이어지는 주장으로 상속 반대가 있어요. 그 당시 왕권신수설은 신이 직접 하사한 아담의 지배권이 점점 상속되어 왕에게 왔다는 논리였어요. 한데 로크는 이를 이렇게 비판합니다. 어머니의 권리는 어디 있나? 그리고 보편적으로 상속이란 장자 제도인데, 아담에게 상속받은 직계 장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아담의 직계가 나타나더라도 그가 모든 국민의 복종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러셀은 이 주장에 대해 현시대를 비추어 말해요. 지금 왕조는 사라졌지만 정계 가문의 세습은 남아 있고, 스페인은 인디언의 땅을 빼앗고 부동산이라 하여 땅을 사용할 권리를 자국민에게 양도하고 있다. 로크가 왕권신수설을 허황된 것이라 비판하듯 위와 같은 행위 역시 시간이 흐르면 허황된 소리로 들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 예측은 맞아떨어졌고요.     



로크의 백지설과 쾌락 추구는 이 자연법 이론과 이어져요. 자연법 계념은 고대 스토아학파로부터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 법칙이 있다는 것이 자연법의 대전제이지요. 로크는 자연법이 있던 인류의 자연 상태에 집중합니다. 문명과 만민법이 있기 이전 자연 상태란, 이성의 명령에 살며 그들 사이에 재판을 담당할 권위를 가진 우월한 자가 없는 것으로 개인들 간 누구보다 크지 않은 권력을 가진 상태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이런 자연 상태는 누가 누구랄 것 없이 평등했고 평화로웠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런 비판이 등장해요. 어떤 인위적 법칙이 없는 상태가 곳 자연 상태라면 국가와 다른 국가 간 규칙 없는 전쟁 상태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요. 로크는 그런 투쟁 상태의 전쟁과 자연 상태의 권리를 구분해요. 자연 상태에서 누군가 사유 재산을 도둑질하면 그 사람을 해치거나 죽이겠죠. 하지만 재산의 주인은 자연법에 의해 도둑질한 자를 죽일 권리가 있고 자신의 사유제산을 지키는 것은 평화를 향한 길이지 적대, 악의와는 다르다고 설명해요.



이런 자연 상태에선 사유재산이 취약했고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유재산을 보호할 국가를 결성했데요. 도둑이 들어오면 해치거나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이제 나라에게 간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쉽게 해치지 못하게 된 대신 국가가 책임지고 그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것이죠. 개인의 권리를 모아 국가에 양도하되, 국가가 그 권리 보호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계약에 의해 국가가 만들어진 거예요. 정부의 유지를 위한 비용이나 과세는 시민이 부과하되 그 내용은 다수 시민의 동의에 따라 이뤄져야 하죠. 따라서 국가가 권리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원 주권자들의 저항을 겪어야만 해요. 이러한 사회계약론은 왕권신수설 반대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어요. 하지만 이런 사회계약론도 완벽할 순 없었어요. 사회계약이라 하지만 개인의 권리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자마자 국가에 귀속되죠. 러셀은 그 국가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함부로 그 권리를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임에, 소속되기 바라는 국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불완전하다고 꼬집습니다.   


  

꾸준히 등장한 자연법의 핵심은 사유재산인데요. 이 사유재산의 신성성에 대해 로크는 노동 가치설을 주장했어요. 누구나 노동의 가치로 얻은 사유재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 가치설이죠. 생산물의 가치는 노동이 정한다고 했는데요. 로크는 노동이 생산물의 가치에 9/10 정도 관여한다고 했고 1/10은 언급하지 않아요. 러셀은 이 이론이 농업사회에 국한한 좁은 이론이라고 비판해요. 유전이 발견된다던가, 광산에 금맥이 발견되는 것 같은 생각 못한 이득과 이 노동 가치설은 맡지 않아요. 여기에 상업이나 경제가 꼬이면 더 복잡해지죠. 이 노동 가치설은 인력이 들어간 만큼 생산되는 농업에만 빗대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로크의 노동=생산 가치라는 생각은 훗날 마르크스에게 이어집니다.     



러셀은 로크와 칸트 이후 자유주의가 둘로 나뉘었다면서 크게 지형도를 그립니다. 완고한 자유주의와 온건한 자유주의로 나눠요. 완고한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며 벤담, 리카도, 마르크스, 스탈린으로 이어지고, 온건한 자유주의는 개인의 능력을 강조하며 피히테, 바이런, 칼라일, 니체, 히틀러로 이어진다고 해요. 로크와 칸드 둘 다 평화를 사랑하는 인본주의자였지만, 그 사상을 받은 사람들은 영 아니올시다죠. 러셀은 다윈의 진화론이 우생학을 만들고, 노벨의 다이너마이트가 대량살상 무기를 만든 것처럼 자유주의가 그 창시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평해요.



러셀은 또 다른 지형도를 그려요. 사유의 방법에 따라 대륙 철학과 영국 철학으로 나누는데요. 대륙 철학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칸트예요. 이들의 특징은 하나의 절대 명제를 거점으로 연역 추리를 사용하여 광범위한 논리 체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이에요. 그림으로 따지면 거꾸로 선 피라미드식 체계라고 하죠. 이들의 철학은 고귀하고, 윤리와 행동에 이상적 가치를 부여해요. 영국 철학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흄, 로크이죠. 이들은 귀납법을 사용해 여러 사실을 조사하고 비교적 온건한 결론을 제출해요. 이들의 특징은 감각을 긍정했고 특히 쾌락을 윤리와 접목시키려 했어요.



위의 자유주의와 대륙-영국 철학 구분은 러셀 당시 현재 진행형이던 철학 사조였죠. 러셀은 굳이 따지자면 영국 철학에 속했어요. 스탈린과 히틀러를 실제 눈으로 지켜보면서 어디든지 통용 가능한 절대적 가치가 있으리라는 철학적 사조가 이런 사태를 만들어넸다 생각했죠. 서양철학사가 러셀 본인의 시대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마르크나 헤겔 등 실제 정치와 밀접한 철학이 등장할 때마다 러셀은 그 철학을 반박하며 자신의 의견을 더더욱 짙게 드러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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