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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석 Jul 24. 2020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경험론과 낭만주의, 관념론

버클리, 흄, 루소, 칸트

로크 이후 자유주의와 경험론이 유행을 타요. 버클리는 경험론을 훨씬 극단적인 방향으로 전계합니다. 그는 아예 물질은 없고, 감각 사물은 지각될 때 만 실제 된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안 볼 땐 없다는 거죠. 로크가 감각에 대비시켜 상정한 외적 원인의 존제를 완전히 거부했어요. 그의 논리 중 하나는 이러한데요, 극도의 열은 극도의 고통이데, 열은 주관적인 고통이지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고 해요. 러셀은 ‘열’이라는 것에 대해 애매모호하게 언급한 바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했죠.



이런 경험주의의 최종장을 찍은 사람은 흄이에요. 그는 우리가 감각하고 ‘이럴 것이다.’ 인식한 대상이 실채 한다고 여길 수 없다 말해요. 아예 보고 있는 것도 실체 하지 않는다고 한 거죠. 우리가 인식한 내용은 관념을 원인에 둔 표상이지 실체가 아니니, 우리 마음은 감각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물체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은 아예 상정할 수 없는데, 감각은 인지가 아니라 믿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물체 존재에 대한 믿음은 직접적인 인지가 아닌 감각을 통한다는 거죠. 이쯤 가면 회의주의에 닿을락 말락 아슬아슬한 선에 들어가요. 흄에서 더 나아가 감각도 부정하면 모든 자극을 무시하는 이기적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죠. 때문에 경험주의에 있어 흄 이후 인식론은 더 이상 실체가 아니라 관념에 집중해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와중, 유럽엔 낭만주의 열풍이 붑니다. 낭만주의는 철학과 상관없는 문학적 사조에 더 가까웠어요. 강렬한 감수성을 자극하며 전통적 굴레를 벗어난 정렬적인 문화를 뜻했죠. 낭만주의자들은 관례적인 전통 도덕을 깔봤어요. 무엇이든 강렬한 감정을 자내는 것이라면 긍정했죠. 따라서 일반적인 사랑보다 비극적인 사랑을 더 좋아했어요. 그러나 그런 정렬은 곳 증오나 원한, 질투 같은 파괴적 결말에 다다르곤 했죠. 그래서 낭만주의로부터 나온 철학은 무정부주의 아니면 전제주의로 빠집니다. 정렬과 낭만이 자아실현에는 좋지만 최고 덕목이 될 순 없었어요.



낭만주의자 설명 후 등장하는 철학자는 루소입니다. 루소는 계몽철학자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가지고 있죠. 거친 철학자라 하면 니체를 떠올리지만, 루소에게도 낭만주의의 거친 감수성을 엿볼 수 있어요. 이는 그의 신 존재 증명에서 드러나죠. 루소는 신 존재 증명을 거부했어요. 대신 신을 믿으면서 생기는 경외감, 신비감 등 신에게서 우러나오는 감정만을 긍정했죠. 이론적 논증을 거부하고 감정을 긍정한 것이 낭만주의적이죠. 러셀은 당대까지도 은근히 많은 개신교인들이 이 루소의 주장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루소의 저작은 인간불평등기원론이죠. 그는 자연법 학설을 사용하면서, 문명이 없던 자연 상태에 대해 무한한 긍정을 해요. 루소에게 야만인은 고결한 존재였고 야만성은 지혜의 보고였어요. 이 점은 로크와 비슷하죠. 하지만 야만 상태가 이어지면서 개개인의 원초척 독립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자 개인들은 자신의 모든 권리를 공동체에 양도했다고 합니다. 이 점은 오히려 홉스와 더 비슷하죠. 루소는 개인의 권리가 있다면 사회는 무용지물이 되고 전제군주제로 빠질 것이라 주장했어요. 자유보다 평등에 더 중점을 두는 모습이죠.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모두 양도한 대가로 자유로운 야만 사회의 권리를 보장받아요. 여기서 특이할 점, 개인에겐 개별 의지가 있지고, 진정 자유로운 야만 상태를 유지시키는 일반 의지가 있어요. 개별 의지는 일반 의지와 달라요. 개인을 위해서라도 국가는 일반 의지를 개인에게 강제해야 합니다. 따라서 개인은 전체의 일부이며 정당한 군주의 의지가 곳 일반 의지가 되죠. 루소의 자유는 마치 ‘법을 따를 자유’ 같습니다. 사람이 감옥에서도 자유로울까, 라는 대답에 루소는 그렇다고 이야기하겠죠. 이런 ‘국가가 강재한 자유’는 헤겔 사상으로 넘어갑니다.     



루소 이후, 칸트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흄의 회의주의를 이어 ‘관념론’을 주장해요. 관념론은 달리 말해서 선험적 인식론으로도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 지식은 경험을 초월할 수 없지만, 일부는 먼저 알고 있어서(선험적이어서) 오로지 경험에만 의지해 결과를 도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선험적 인식론 혹은 칸트 관념론입니다. 칸트는 지식의 명재를 셋으로 나눠요. 첫째는 종합 명제. 경험을 종합하여 얻는 지식이에요. 둘째는 다른 사람의 지각을 건네 받으면서 얻는 지식이죠. 책을 읽으면서, 간접 경험을 통해 얻는 역사나 지리학이 그 예겠지요, 세 번째 선험 명제는 수학이나 기하학 같은 처음부터 당연히 생각될 만한 순수 이론적인 지식입니다.



외부 세계는 감각의 재료이며, 그 재료는 우리의 정신 능력이 배열해 보여줍니다. 따라서 사물 자체 그대로는 인식될 수 없어요. 관념에 의해 필터링되어 지각 표상되는 것입니다. 파란 안경을 쓰면 모든 것이 파랗게 보이듯, 우리는 공간적인 마음의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모든 물체를 공간 속 형상으로 보이고, 수학적 마음의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모든 물체를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거예요. 선험 명재란 이렇게 우리 관념의 구조 자체를 다루는 명제이기에 외부 재료 없이도 선험적으로 알 수 있죠. 선험적으로 인식되는 공간과 시간은 개념이 아닌 사람의 직관인 거에요.



칸트는 시간과 공간이 선험적 성질, 즉 순수 직관이라는 증명을 추가로 했어요. 첫째로, 공간은 경험되지 않죠. 둘째, 공간은 모든 지각의 기초가 돼요. 공간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간 없음을 상상하는 건 불가능해요. 셋째, 시공간은 일반 계념이 아니에요. 공간들은 없고, 하나의 공간만 있을 뿐이니까요. 넷째, 공간은 무한히 주어져 있어요. 그 안에 공간의 부분들이 전부 들어 있으니 다른 사례와 다르죠. 따라서 시공간은 선험적 형식을 띕니다.



러셀은 이를 하나하나 반박해요. 첫째, 칸트가 말한 시공간은 선험적이기 때문에 물자체의 지각 원인이 될 수 없죠. 하지만 파장은 시간과 공간을 이용해 색을 다르게 하죠. 따라서 시공간을 인정해야 파장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틀렸습니다. 또 천둥 번개가 칠 때 사람들은 빛과 소리를 듣고 그 시간 관계를 느끼죠. 사실 천둥은 번개보다 먼저 일어나지 않았고 천둥 번개의 시간 관계는 지각 표상에만 의지하여 나타나죠. 따라서 선험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둘째, 없는 공간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러셀은 상상을 통한 논증은 근거가 없고, 차라리 거부하고 싶다고 말해요. 그리고 구름 낀 어두운 밤하늘을 생각할 때 공간을 배제하고 그 구름을 상상할 수 있다고 보충합니다. 셋째, 공간이 하나의 공간만 있다는 것 역시 양자역학으로 틀렸음이 증명됐죠. 공간 역시 상대적이고, 다수성이 있습니다. 넷째, 공간이 무한히 주어졌다고 했는데 러셀은 무언가가 무한히 ‘주어질’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다고 합니다.     



칸트는 인식론에 이어서 윤리학으로도 유명한데요. 당시 유행하던 공리주의를 거부합니다. 그는 인간 행동의 명령엔 두 가지가 있다고 했어요. 가언 명법과 정언 명법입니다. 가언 명법은 ‘이런 목적이 있으면 저렇게 해라’는 당위성을 요구하는 행 동명형이고요, 정언명법은 목적과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필연이 되는 명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다 맞아떨어지는 행동 격률이 어디 흔할까요. 정언 명법은 단 한 가지, 네 의지의 격률이 동시에 일반 법칙이 되도록 하라는 것뿐입니다. 즉 어떤 행동을 할 때 모두가 똑같이 해도 별 상관없을 때만 행하라는 겁니다. 칸트는 정언명법을 이야기하며 거짓말을 말하는데요. 이런 반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만약 살인마가 친구를 해치기 위해 위치를 캐묻는다면 그때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되나?’ 칸트는 그렇다고 했어요. 자신은 차라리 침묵하거나 ‘동쪽에 있습니다.’ 같은 두리뭉실한 말로 넘기겠다나요. 칸트의 관념론은 독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요. 피히테와 같이 칸트의 철학을 이어 발전시킨 철학자들이 이어 등장하죠. 피히테는 칸트 관념론에서 물자체를 아예 버려 관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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