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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석 Jul 24. 2020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자, 마르크스

마르크스 식으로 바라본 철학사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과학처럼 여겼어요. 필연적인 법칙처럼, 마치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듯 시간이 지나면 사회주의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 했죠. 이런 생각은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나왔어요. 헤겔은 세계를 거대한 정신적 총체로 봤죠? 마르크스는 이 세계를 거대한 물질적 총체로 봤어요. 즉 사회, 심리, 인문 같은 정신적으로 보이는 듯한 부분까지도 하류 물질 구조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에요. 간단히 말해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만든다고. 농경사회에선 농경사회에 맞는 문화가 등장하고, 자동 기계 생산 사회에선 그에 맞는 문화가 등장하는 거죠. 그리고 공장이 대량생산을 하는 이 시대에 자유지상주의 자본주의는 점점 몰락하며 결국 사회주의 시대가 온다고 했어요. 그 이유는 유산계급, 무산계급 이론에 있어요. 생산수단을 가진 유산 계급인 자본가, 지주들은 노동을 외주에 맞기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죠. 반면 가장 많은 노동을 하는 노동자, 즉 무산계급은 순전히 자신의 노동으로 생산품을 만들어넸음에도 생산 가치의 대부분을 유산계급이 약탈해가듯 가져가고 그 일부분만 노동자가 가져가게 되죠.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가 ‘효율적’이 되어갈수록 유산계급의 머릿수는 점점 줄어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늘어나요. 사회에 필요한 생산품의 수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이 갈등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 필연적으로 판을 뒤집어엎는 사회주의 운동이 벌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마르크스의 학설은 생산수단과 물질에 방점을 찍는 특징 덕분에 철학인 동시에 경제학이기도 해요.



러셀이 모든 서양철학사를 마르크스 식으로 정리해봐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그리스 도시국가에 맞는 철학이었고, 스토아 철학은 로마의 세계적인 전제정치에 알맞았고, 스콜라 철학은 교권 조직에 따른 학문이며 데카르트와 로크 이후 학문은 상업적 중산층의 편견을 볕겨주는 철학이고 마르크스와 파시즘은 산업국가에 적합한 철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러셀은 기존 철학에 대해 과학적, 논리적 허점이 있는 경우가 많고 열정적, 감성적 문제에 빠져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며 이성이 뒷받침하지 않는 종교적, 애국적 문제에선 마르크스식 해결이 맞다고 부분 인정합니다. 다만 사회의 움직임은 경제만 아니라 정치나 전쟁 같은 다른 요인도 많고, 보편자 문제 같이 전문적인 문제에선 유물론이 효력을 잃는 오점이 있다고 해요. 마르크스 철학의 또 다른 오점은 진보의 불가피성에서 나와요. 계급투쟁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사회주의 예후에 어떻게 될지 충분히 설명해 놓지 않았죠. 토지의 국유화 혹은 기존 가치의 붕괴 같은 예언은 했으나 실제 적용하기엔 부족했습니다.     



러셀은 마르크스를 마무리하면서 세 개의 이념으로 나뉜 현시대를 논평합니다. 로크, 벤담을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 마르크스를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진영, 루소, 피히테, 니체를 기반한 파시즘에 대해 설명해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철학적 기반은 비슷해요. 둘 다 합리주의적이며 과학적이고 경험적 목적을 추구하죠. 그러나 이 둘은 정치적으로 너무 달라졌어요. 자유주의 새력은 산업 사회가 발달하면서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적응했고 마르크스는 러시아의 강한 중심점 아래 세력을 넓혀갔죠. 여기서 러셀은 마르크스 이론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긋습니다. 마르크스 이론은 계급 이익에만 동력을 얻기 때문에 다른 계급에 대해 설득이 아닌 투쟁으로만 희망을 걸죠. 그런 투쟁 끝에 펼쳐질 사회주의의 머나먼 이상을 바라며 동력 삼는데 이런 기대는 마치 그리스도의 재림 같은 머나먼 이상일뿐이라고 해요. 그래서 사회주의 사회에선 결국 독제 정권이 들어서고, 전통적 정치 신조가 강요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 합니다. 세 번째 파시스트 새력은 합리주의를 반대하고 힘의 의지를 중요시했어요. 그 이론은 종족과 개인에 집중돼 있었죠. 러셀이 말하길 합리성은 결코 무너지지 않고, 합리성을 제외한 다른 방식의 지배는 그저 투쟁만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분열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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