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분노의 질주

by 피존밀크




얼굴에 내리쬐는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컨디션 좋은 아침이다. 개운한 기분과 더불어 엄청난 불안이 날 엄습한다.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다, 7시 40분. 이 시간은 평소 내가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이다. 집을 나가야 하는 시간에 난 눈을 뜬 것이다. 짧은 다리로 이불을 걷어차며 화장실로 뛰어간다.



간밤의 나는 왜 샤워를 하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타박하며 온몸에 물을 뿌린다. 샤워기의 온수는 아직 데워지지 않아서 찬 물줄기가 내 몸을 때린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난다. 턱에서 딱딱 소리가 나지만 나에겐 추워할 자격조차 없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화장대로 가니 거울에 비친 내 머리꼴이 마치 물미역 같다. 이 몰골은 자동차 히터를 쐬면 건미역이 될 터이니 괘념치 말자. 바빠 죽겠는데 쿠션은 사치다, 대충 크림을 얼굴에 찍어 바르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을 랜덤으로 골라 입는다.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 거울로 내 몰골을 본다. 기미 가득한 얼굴에 한 줌의 젖은 머리는 정수리에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다. 윗도리는 양장이고 아랫도리는 바지저고리다. 이 정도면 출근길이 아니라 동냥길 같은데.



자동차에 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악셀을 밟는다. 자동차에 타면 의례 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으나 오늘은 그걸 하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전 날 남편이 자동차를 운전했기에 시트의 높낮이는 나와 맞지 않는다. 운전을 하며 내 몸에 의자를 맞춘다. 남편 키는 나랑 비슷한데 다리 길이는 왜 나보다 짧을까. 아니, 내 다리가 긴 건가.



출근길엔 나의 지각을 재촉하는 위험요소가 많다. 드림로에서의 교통체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늘은 12월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몰라도 도로 위에 차가 별로 없다. 이 사람들은 내일 1월 1일이라고 다들 연차를 냈나, 정말 부럽다. 오늘 출근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질투와 감사함을 동시에 삼키며 분노의 질주를 시작한다.



한참 달리다 보니 신호가 초록불에서 노란불로 바뀐다. 한문철 변호사께서는 구독자들에게 노란불은 달리라는 신호가 아니라 멈추라는 신호라고 가르치셨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가르침을 넣어둬야겠다, 풀악셀!!!!!! 룸미러를 보니 내 뒤에 있던 차들은 멀어지고 있는 내 차를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다. 뭔가 위너가 된 기분인걸.



분노의 질주 끝에 직장이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한숨 돌리고 시계를 살핀다, 8시 25분. 뭐지, 설마 지각이 아닌 건가? 한 줌의 희망을 가진채 직장 내 주차장에 들어서서 자동차의 시동을 껐다. 총 운행시간 30분, 우리 집에서 직장까지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던가. (참고로 평소 출근길 운행시간은 45분~50분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미라클 모닝일쎄.



건미역으로 변신한 머리를 손갈퀴로 쓸어대며 자리로 걸어간다. 컴퓨터를 켠 후 시계를 본다, 8시 29분. 출근시간 1분 전이다. 얼굴에 쿠션 파운데이션을 두들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당연히 지각이라 생각했던 출근길, 근데 지각을 면했다. 새해가 오기 전 2024년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 건가. 뭔가 운수 좋은 날인데.



하지만 한 번 더 이런 출근을 하다가는 내 목숨줄이 위태로울 것이다. 부디 2025년의 출근길엔 이런 분노의 질주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자신!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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