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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물이 흐른다

by 피존밀크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지 위의 물방울이 하늘 위로 올라가 결빙된 형태로 떨어지는 모습들, 햇살의 뾰족한 질투로 서로 헤어졌던 형제들이 다시 마주할 수 있어 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다시 만난 형제의 명징함이 눈부셔 잠시 눈을 감는다. 각막과 눈꺼풀 사이 어둠 속에서 박명처럼 그리운 얼굴이 떠오른다. 날 위해 울어주던 모습들, 그 모습을 보고도 난 애써 그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상처가 벌어지고 아물고를 반복하다 결국 닿을 수 없는 먼 우주로 떠나버린 당신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땅과 구름처럼 서로 분리된 채 내 앞의 생만을 바라보고 있다.



눈꺼풀을 슬그머니 열어보니 따스한 물이 내 각막을 적신다. 이 물은 내 몸에서 비롯됐을까, 눈보라가 내 눈 위에서 녹아 만들어진 존재일까.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며 눈물이 내 얼굴 너머로 사라진다. 너는 다른 형제들과 함께 또다시 하늘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네가 만약 커다란 눈송이가 되어 이 땅에 추락한다면 부디 내 그리운 얼굴의 볼 위로 살금 앉아볼 수 있냐고 부탁해도 될까.



깊은 물이 푸른 침묵을 품고 고요하게 흐른다.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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