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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Jul 13. 2021

하고 싶어서 할 뿐인데!

하고 싶으면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왜 하는 건데?”
 “그걸 왜 해?” 


이 말들만큼 당황스러운 말들이 있을까?     


나는 이 말을 부모님한테도, 친구한테도 들어봤다. 내가 하는 걸 보고 반쯤은 궁금증에, 반쯤은 의아함에 묻는 것이다. 왜 이걸 하고 있니, 혹은 왜 그걸 하는 거니 하는 의문으로 가득 차서. 그때마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특별히 취업이나 대학 진학에 대한 게 아니었으니까. 무언가 뚜렷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해야 하는’ 이유란 내게 없었다. 그저 하고 싶어서 했다. 그게 전부였다.     


이렇게 말하니 꼭 내가 한 게 엄청난 규모의 일처럼 느껴진다. 절대 아니다! 그게 내 인생을 크게 바꾸지도 않았고,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개인사업처럼 이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개인작업이나 대회 참여, 봉사활동 같은 종류의 사소한 것들이었다. 위험하지도, 해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건강하고 바람직한 편이었다! 학교에서 여는 대회나 활동,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게 어때서? 난 정말 재밌었고 가능한 한 많이, 잘하고 싶었다.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이 가득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공부하는 게 아니어서?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니 덜 부담이 되었던 걸까.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그런 활동을 했단 것이다. 나는 글쓰기든, 봉사든, 개인작업이든 온 정성을 쏟았다. 자연히 공부보다 더 신경을 쓰곤 했으니 부모님이 좀 걱정하셨단 게 이해는 된다. 하지만 친구들의 관점은 좀 충격이었다. 학생이 전부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건 당사자인 학생들에겐 아주 흔한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난 내가 남다르다곤 여기지 않았다. 다들 이러진 않아도 그렇게 유별나진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인 적극성이나 참여가 누군가에겐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걸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애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내게 물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왜 열심히 사느냐니? 그게 질문이 될 수 있는 것이었던가? 정말 당황스러웠다. 나는 하고 싶은 걸 할 뿐인데 그게 이유가 있어야 했나…. 친구는 악의가 없었다. 그 친구는 약간 내성적이고 무기력한 편이었는데 그래서였을까, 날 정말 신기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자기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친구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해 답하기가 어렵다. 그냥,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뭘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게 더 싫었다. 큰 것에 도전한 배포는 없어도 할 만하다고 보이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친구들이 이루는 게 부러워서였는지 아니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데 대한 아쉬움인지, 이런 마음의 시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모른다. 그저 하고 싶은 건 해보자는 마인드였다. 연극부 활동이든 글쓰기 대회든, 전부. 실제로 난 학창 시절에 내가 도전한 것들이 참 흐뭇하다. 그때의 기분이나 뿌듯함이 생생해 지금의 내가 도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쓸모없고 생고생에 불과한 것이 내겐 좋은 경험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게 친구가 원하는 답이었을까? 후회하기 싫어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다는 게…. 뭐, 나는 그때의 결정과 경험 모두에게 감사한다. 지금도 내가 해보고 싶은 건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 공방 참여든 개인작업이든 선물이든 뭐든 간에. 그런 활동이 내 커리어나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언정 내 인생에는 만족감을 준다는 걸 아니까 말이다. 아쉬운 건 그게 전부 왜 하느냐라는 의문을 받는다는 점뿐이다. 하고 싶어서 할 수도 있는 거지, 그 이유가 있어야만 할까! 


왜 하느냐는 질문을 차고 넘치게 받아본 사람으로서 그런 질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 합법적이고 해로운 게 아니라면 뭐든! 그걸 왜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부디 자신의 마음이라고 이야기하길 바란다. 사실 사람은 다 다른 존재니까 모두가 그런 마음을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에 위축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놓치지는 말라! 그 시간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고 단단하게 해주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아는 법이니까.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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