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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Mar 26. 2021

지키라는 건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약속, 그중에서도 사회적 약속에 대하여

약속. 

약속은 가장 무게가 있는 단어가 아닐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데, 저 말을 다 지키는 사람으로 남기는 정말 어렵다. 부모님과 한 약속이든, 단짝 친구와 한 약속이든, 나 자신과 한 약속이든. 물론 사적인 약속만이 지키기 어려운 건 아니다. 법적으로 명시되는 약속도 지키기 어렵긴 똑같다. 생각해 보라. 공적인 약속은 다른 말로 의무이자 맹세라 한다. 그걸 어기는 사람들은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니 법을 어기는 사람들은 죄다 약속을 어긴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쯤 되니 좀 허탈해진다. 약속은 분명 지키라고 있는 것일 텐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약속이 그 의미를 잃고 있는 것일까?    

  

약속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계속 서로를 사랑하겠다는 것이든 어딘가에서 만나자는 것이든…. 참 지키기만 한다면 믿음직하고 든든하다. 아마 약속은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 속에서 사람이 만들어 낸 사회적인 행동이었을 거다! 인간은 한 번도 확실하고, 명확하며, 마냥 평화로운 시기가 없었다. 그 언제가 태평성대라 한들 그건 모두 약속 위에 자리한 의무가 다 충족되었을 때의 이야기. 신분제 시대라고, 지배층이라고 평생 안정적이고 평탄하지 않았다! 그 이전의 구석기, 신석기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아야 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살아남기 위해선 안정감이 필요했고 믿을 게 필요했다. 매번 불안해하면서 지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찾은 방법이,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혼자 사는 것보다 여럿이 사는 게 훨씬 이득이 많았고 편했기 때문이다. 짐승들의 공격이나 자연재해, 굶주림과 질병은 도움이 간절했다. 물론 사회 안에서도 공짜는 없었다. 사람 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얻는 게 없으면 도울 이유가 없으니까. 도의적인 원칙이 있다지만 살아남기도 힘든 와중에 그런 걸 찾았을 리가! 더군다나 옛날에는 그런 생각이 나오기 이전이었다. 그러니, 힘센 사람은 도와주고 대가를 받고 약한 사람은 도움을 받고 대가를 줬다. 어쩌면 그것이 최초의 약속이었으리라. 살아남고 나아갈 길이 구만리인 인간들의 생존 아래에서 처음 생겨난 약속.      


약속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기도 전에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약속이 왜 있는지 모르겠고, 약속을 지킬 이유도 모르겠으니 약속도 하지 않고 지키지도 않을 것이라 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약속이 없었다면 지금 당신은 살아 숨 쉬지도 못했을 거라고. 힘들고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약속은 그 옛날부터 자리가 굳건하다. 약속은 거래, 의무, 맹세 등 많은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다. 그게 우리의 삶과 일상을 조용히 지탱한다. 수많은 약속이 받쳐 주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할 일을 하며 어느 정도의 평화를 누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거리를 청소하는 약속, 신호등의 신호를 지키는 약속, 누군가는 사람을 도우며 불이 나거나 범죄가 일어나면 돕는다는 약속, 돈을 내면 원하는 것을 준다는 약속 같은 다양한 약속 덕에 말이다. 참 소중하고 귀한 행동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런 약속이 가치를 잃고 추락하는 걸 자주 본다. 모두를 위해 한 약속이 한 개인의 욕심이나 이기심으로 빛을 잃는다. 조금 불편해서, 조금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같은 이유로. 그런 것 때문에 약속이 무산되느냐고, 혹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사회적 약속의 무게나 가치나 누군가에겐 그저 귀찮은 사항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그런 태도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한 번 약속이 무너지면 또 무너지기 마련이다.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뉴스를 접했을 때가 점점 빈번해지지 않던가? 그럴 때면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약속은 양측이 지켜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홀로 지켜야 하나. 헛고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상념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아무것도 보기 싫고, 믿기도 싫어지고…. 안다. 그런 사람들은 아주 일부일 뿐이고 대부분이 성실하게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하지만 언제나 비극과 공포는 명확하고 행복과 일상은 흐릿한 법이다. 그래서, 그럴 때면 세상이 너무 암담하게만 보인다.      


약속을 지키기가 그리도 어려운 걸까. 만약 우리가 사회적으로 만든 약속들, 그중의 오래되고 말이 안 되고 시대착오적인 것들을 빼고 새로운 약속을 한다면 좀 달라질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바뀐 약속을 모두가 지켜 수행한다면 구미가 당긴다. 많은 이가 꿈꾼 이데아가 나오지 않을까?   

  

약속은 정말 그 중요성을 반복해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게 우리를 지탱하고 이끌어왔으니 말이다. 대체 약속이 왜 나왔던가. 왜 이렇게 사회적 약속이 사회에 많고, 스며들었던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다.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다! 모두 결국 살자, 다 같이 잘살아보자 하는 마음에서 파생된 것이다. 곧 혼자서는 힘든 세상, 도와가며 지탱해가며 살아보자는 게 약속의 시작이었다. 그러니 약속은 지키는 데 모든 가치가 있다. 그 가치는 사람 간 신뢰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에 있으니 함부로 퇴색될 만한 게 아니다. 그것만 알아도 사회적 약속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사람들이 약속의 의미와 의의를 명심하길 바란다.     


약속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때론 성가시고, 때론 몸이 따라주지 않으며 때론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지켜졌을 때 우리가 누릴 안정감과 평화를 생각해 보라. 

그 정도면 수지맞는 일이 아닌가? 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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