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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May 06. 2021

아이는 행복해야 한다

아이의 비극과 행복에 대하여

요즘은 참 여러 사람의 인생이 잘 드러난다. 본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 주변의 이야기, 다큐나 뉴스의 이야기까지. 그 이야기들은 소소한 행복일 때도, 끔찍한 참상일 때도,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일 때도 있다. 사람은 평범한 행복보단 화려한 비극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나 역시 사람인지라 그런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극적인 일에 더 신경이 쏠린다. 행복은 잊힐 정도로. 그런 비극은 대부분 누군가의 죽음이거나, 상처, 고된 나날이다. 그런 것에 더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자연히 내 마음도 조금 무거워진다. 기분이 가라앉고, 소화가 힘들다. 하지만 저런 비극이 있는 게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란 생각에 안 볼 수는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안 보고 살고 싶지만…. 그건 내게 좋은 일이 아닐 테니까. 내가 그 비극의 당사자도, 주변인도 아니고 그 사실을 처음 보거나, 직면한 것도 아닌데 비극의 그림자는 너무 깊고 어둡다. 그중에서도 제일 깊고 어두운 건 단연 아이들의 이야기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명예살인, 동반자살….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피해의 대상이 되는 폭력은 너무 많다. 어린아이들의 사회에서 일어나든, 어른들의 피할 수 없는 폭력이든, 본인의 의지와 큰 상관이 없는 결정이든. 아이들은 아직 세상을 모른다. 그렇기에 순진하고 순수하고, 해맑다 표현하지 않던가. 조숙한 아이라고 한들 또래에 비해 조숙할 뿐이다. 본인이 나이가 어린 걸 알기 때문에 그 나이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느낀다. 괜히 어릴 때 한 살 두 살 차이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다. 그 구분이 그 나이 때에는 아주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의 말이, 특히 가정 내 어른의 말이 얼마나 거대하게 느껴지겠는가. 아이는 아이에 불과하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누려야 할 것도 많다. 아이가 어른보다 성숙하던가? 혹은 세상을 알던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러니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나, 명예살인이나, 동반자살 같은 사건에서 아이들의 잘못은 없다. 그 아이들은 그저 운이 나쁜 비극의 대상이다. 사회의 실수고, 그 부모와 주위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 피해를 모두 아이가 받은 것이 안타까울 뿐…. 그 책임과 원인은 모두 어른들에게 있다.     

 

아이가 순했으면 어련히 부모가 잘 알아서 했겠다느니, 부모에게도 사정이 있다느니, 아이가 잘못을 먼저 했다느니 하는 건 모두 헛소리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두가 안다. 고작해야 20년도 못 산 아이와 못해도 20년은 넘게 산 어른. 두 존재 중에 누가 더 윤리, 도덕, 책임, 의무, 양육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을까. 그걸 모르는 자는 없다. 한두 살만 더 먹어도 내가 더 알고 있느니 마느니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아이가 잘못했다는 이유로 학대를 한다고? 거슬린다고 폭력을 행한다고? 그건 정상이 아니다. 정상으로 볼 수가 없다. 아이를 대체 뭘로 보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아이는 ‘어린 사람’이다. 어리고, 세상은 처음이고,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잘못을 한다. 잘못을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갈 불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세상의 규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학교와 유치원에서 사회를 접하고 녹아드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게 ‘아이’라고 그 시절을 구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않은가. 지금 그 존재가 얼마나 어리고 처음 세상에 나온 시기인지 알기 위해서. 그런데 가해자들은 꼭 아이가 착하지 않아서, 아이가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아이가, 아이가, 아이가…라고 하는 핑계를 댄다. 아이에게 책임 소재를 돌린다. 얼마나 우스운 변명인지 모른다. 폭력을 한 당사자도, 폭력의 무게를 아는 사람도 자신인데.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자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참 어리석지 않은가!

     

아이들은 태어나는 것에 대한 책임이 없다. 사람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나던가. 그저 부모님의 의견, 생각, 행동에 의해 태어난 것뿐이다. 모두 운인 셈이다. 아이는 세상에 대해 배우고, 놀고, 먹고, 쉬고, 살아가면서 누리는 행복과 지혜를 누리면서 자라나야 한다. 그게 태어나게 한 부모의 일이고 업이다.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알게 해 주고, 아이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부모의 일이요, 아이가 누려야 할 권리다. 


물론 행복이란 건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형용할 수 없는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아이의 행복이 반드시 부모의 행복이 아니기도 하고 부모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다만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할 뿐이다. 그 길이 쉽지 않다고 누릴 수도 없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세상은 마냥 아름답지도 끔찍하지도 않다. 늘 양면성이 있는 곳이니 행복하긴 그만큼 힘들지만, 계속해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행복한 상태로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어리고, 보호받고 배워야 할 존재다. 그만큼 행복해야 할 존재다. 부모는 그에 대한 책임이 있고,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 이 당연하면서도 지나치기 쉬운 생각을 잊지 말아 주길. 


그저 모든 아이와, 모든 부모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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