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20)_하느냐 안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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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선생님께서 쓰신 책 내용 중에 원래 다른 내용을 발췌하며 기록을 하려고 하다가(싱가포르의 사회정서교육 사례), 중간에 뚝 자르기가 애매해 앞부분부터 인용을 시작했다. 그러다 오히려 그 앞부분을 이기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사회정서교육에 대한 현타가 깊게 와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이것을 좀 기록하려고 한다. 현타를 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것을 갑자기 실시한다고 하면 반발과 실행착오 같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교육부 역시 이러한 점을 염려해 실행착오를 줄이고 사회정서학습을 체계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탄탄한 기초를 마련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먼저 준비 단계에서 프로젝트 팀을 구성한 뒤 관련 연구물을 검토하고 외국 사례를 연구했으며,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해 공동체 구성원이 요구하는 것을 조사했다.'


교육부의 사회정서 연구팀에 선발되어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안 하던 것을 갑자기 하게 된 올해. 물론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에 대한 정제도 있었다지만, 순간 갑자기 내가 교육부의 앞잡이라도 되어 안 해도 되는 것을 학생들에게 시키며 학생들을 괜히 괴롭히는 꼴이 되는 건 아닐는지 하는 생각이 들고야 말았다. 위의 글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외국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과 더불어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해 공동체 구성원이 요구하는 것을 조사했다.'라고 했는데, 과연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해 심지어 학생들까지 진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삼 이것이 제일 궁금해졌다.


그런데 어떻게 물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야 이제는 제법 연차가 찼다고 학부모와 통화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수준은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학부모와의 대화란 지각이나 친구와의 다툼 등의 문제 상황을 공유하거나 성적 고민을 나누는 것 과 고등학교 입학 상담을 하기도 바쁜 법인데, '사회정서교육을 아세요? 사회정서교육을 원하세요? 어떻게 하기를 원하세요?'와 같은 것은 어떻게 물어야 하나.

그리고 솔직히 물음에 대한 답변도 두렵다. 나야 이제는 제법 연차가 찼다고 아이들의 투정 섞인 대꾸나 꼬드김에 미리 준비한 교육 계획의 실천이 흔들릴 수준은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수학 선행학습 등으로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고, 틈내어하는 몇 안 되는 취미생활이라고는 휴대전화 게임 혹은 컴퓨터 게임인 학생들에게, '사회정서교육을 아니? 사회정서교육을 원하니? 어떻게 하기를 원하니?'를 물어본다고 해도, 그냥 다 귀찮다는 반응일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은, 어쩌면 학부모나 학생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보다 더욱 힘들지 모른다. 많은 동료들은 주어진 일만 해내기도 힘들어하고, 그나마 모인 우리 사회정서교육 교사 연구팀은 한 달에 두 번 만나기도 힘이 드는 것이 현실.


나의 사회정서교육은 요구를 반영하고 있을까. 혹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도움이 되는 일이 맞는가. 여태껏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 현장의 일들, 예를 들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표집과 전수 검사 여부 및 결과의 공개 여부에 대한 논란이 크며, 올해 5월 대법원은 평가 결과 공개의 내용을 담은 '기초학력 보장 조례'를 직권 공포한 서울시의회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제소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와 같이 이래도 저래도 계속 논란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일을 어설프게 더 추가하여, 안 그래도 교육계는 좀 그냥 내버려 두라는 목소리가 높은데 소박하게 불확실성을 또 높이는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드러날 사회정서교육의 결과물과 관계없이, 내 연구가 벌써부터 뭐라도 되는 양 보이지 않는 고민만은 대단히 심화되고 있다. 브런치 원고 20회 발행 기념이 될 만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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