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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Mar 25. 2021

건강한 몸을 만드는 그 날까지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매일'

작년 여름에 시작했던 필라테스는 겨울에 막을 내렸다. 다섯 번 개인 레슨을 받고 그룹레슨으로 넘어가서 3개월 정도 다녔다. 등록했던 3개월이 끝난 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재등록은 하지 않았다. 필라테스는 나랑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 몸이 너무 뻣뻣해서 그룹레슨을 따라가는 게 버겁게 느껴졌다. 필라테스 강사님은 유연성이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내 몸은 완전 통나무 수준이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끝내면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운동을 하는 동안 너무 힘들어서 다음 운동을 꾸역꾸역 가게 됐다. 그래도 한두 번 빼먹은 날을 제외하고 꾸준히 운동을 갔다는 건 칭찬할 점이다. 그룹레슨이 힘들다면 개인 레슨을 계속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싶을 테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백수 입장에서 더는 사치를 부릴 수 없었다.


그렇게 합리적으로 결정한 건 좋았지만, 안 그래도 저질체력인데 운동을 몇 주간 쉬니까 점점 피로감이 쌓이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홈트를 시작했다. 매트를 펴고 유튜브를 켜놓고 운동을 시작했다. 집에서 운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실내에서 숨이 가쁜 상태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점이 갑갑했는데,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자유롭다니. 새삼 감사했다. 또한 남들에게 맞추느라 버거웠던 그룹레슨에 비해서 혼자 영상을 보면서 하니까 심리적인 편안함도 있었다. 




필라테스를 했을 땐 일주일에 2번 레슨을 가는 스케줄이었다면, 집에서 하는 운동은 습관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매일 하자고 다짐했다. 한 달 정도 운동을 쉰 후, 다시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스트레칭부터 했다. 10분이라도 매일 스트레칭을 하는 게 목표였다. 한 달 정도는 스트레칭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늘려갔다. 10분 유산소 운동을 낮에만 하다가 저녁에 추가해서 진행하기도 했고 요가를 하는 날도 있었다. 무리해서 목표를 잡았다가 작심삼일로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근력운동도 아주 조금씩(스쿼트 10개씩, 그다음은 런지 10개, 인사이드 런지 10개 추가)하다가, 2주 전부터 스쿼트 챌린지를 하고 있다. 100개의 스쿼트를 30일 동안 매일 하는 챌린지다. 그런데 내 수준보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나 보다. 딱 이틀하고 5일을 연속으로 쉬어버렸다. 작심삼일이 되고 만 것이다. 두 달 넘게 매일 해왔던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도 하기 싫어졌다. 


‘귀찮아. 10분 안 한다고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쉬고 내일 하자.’ 


그렇게 나 자신과 타협을 하면서 유산소 운동은 물론이고 아침 스트레칭도 빼먹기 시작했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큰일에는 진지하게 대하지만 작은 일에는 손을 빼 버리며 소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한 사람의 몰락이 시작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몰락’이라는 단어가 어마 무시하게 느껴지긴 한다만, 내 생활도 작은 운동에 소홀해지면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매일 스트레칭 10분이라도 하자,라고 시작했는데 그 10분을 안 하니까 하나둘씩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며 같이 느슨해졌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돌아보니 그랬다. 운동과 짝꿍인 식단관리가 엉망이 되어가는 건 물론이고 다이어리 쓰는 것도 귀찮아져서 빈칸이 늘어가고 있었다. 원래도 무기력을 자주 느끼긴 했으나, 더 큰 무기력증이 전보다 자주 나를 덮치는 기분이었다. 안 좋은 컨디션이 계속되니, 글쓰기도 더욱 힘들었다.


물론 무기력해지는 이유에는 나의 내면 상태뿐 아니라 쉽게 낫지 않는 병과 취업 스트레스 등 외부적인 요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적인 환경은 쉽게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당장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아침 스트레칭부터 다시 시작했다. 일어나면 소금물로 입을 헹구고 매트를 편 후, 유튜브를 보며 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아침의 시작이 다르니, 하루에 큰 영향을 미친다. 


5일을 쉬었던 스쿼트도 다시 시작했다. 목표는 매일 100개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100개를 하겠지만, 개수를 다 채우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매일’하는 것이다. 최소 10개라도 매일 꾸준히 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쌓아가려고 한다. 오늘은 쉬는 시간에 틈틈이 스쿼트를 해서 100개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그날까지 운동은 계-속.

어제까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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