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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May 31. 2021

저, 내일부터 출근합니다.

꿈의 직장은 없지만, 내가 꿈이 있으니.

이젠 일이 하고 싶었다


항상 느끼지만 시간 참 빠르다. 오늘이 5월의 마지막 날이라니. 퇴사한 지 벌써 1년 하고 3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백수가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실업급여가 끝나고 몇 개월 수입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글쓰기에 몰입하던 때는 글로 벌어먹고 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히면서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리랜서 작가’를 꿈꾸며 맨 땅에 헤딩을 시도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상황이었다. 퇴사한 지 1년이 되었을 때, 이젠 그만 쉬고 일이 하고 싶었다. 따지자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쉰 건 아니었다. 무언가를 계속했지만,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치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글을 쓰는 것도 힘들었다. 쉬고 있는데도 마음이 힘들었다. 




지난 4월, 어찌어찌해서 들어간 곳이 있었는데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황급하게 빠져나왔다. 그리고 5월이 되어서 취업 성공을 위한 면접 특강도 듣고, 단기 집단프로그램도 참여하며 취업 준비에 열을 올렸다. 오랜만에 자소서를 작성하려니 두 시간 동안 딸랑 네 줄만 작성할 만큼 너무 어려워서 진도가 안 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작성했고 2주 전에 총 세 군데에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혼자서 제주도로 떠났다. 취업하기 전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숱한 망설임 끝에 떠난 여행이었다. 10년 만에 갔던 제주, 게다가 혼자 여행은 처음이었던 그 시간들이 참 소중했다. (이 얘기는 다음에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면접을 봤고 오후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걱정이 밀려온다. 외근도 있는 업무인지라, 운전도 할 수 있어야 해서 그게 제일 겁이 난다. 여전히 운전은 무섭다.   


우리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길 바라지만, 꿈의 직장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조건과 환경이 좋아도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속 허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 부족한 곳이라도 내 안에 꿈이 있다면, 내가 가진 그릇은 더욱 단단하고 깊어질 것이다. 꿈의 직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내가 꿈이 있으니까. 일을 하며 글쓰기를 이어가겠다는 꿈을 저버리지 않기를, 힘들 때는 쉬어가더라도 아예 주저앉지는 않기를 바란다.  










드디어 100번째 글을 발행하게 되었네요. 저는 이 날을 오래도록 기다려왔습니다. 누구와의 경쟁에서 얻은 결과물이 아닌 저와의 싸움에서 얻은 성취여서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 작년 9월 26일 첫 글을 발행하고, 일단 100개까지 묵묵히 글을 써보자고 혼자 다짐했었습니다. 누군가에겐 100개의 숫자가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겠지만, 저만의 목표였습니다. 결과를 바라지 않고 그렇게 글을 써왔습니다. 저에겐 100개의 글이 그 결과겠네요. (사실 브런치에 발행하지 않은 글도 더 있지만 말이죠)


지금까지 제 글을 구독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또 오늘 이 글을 발견하고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혼자만의 싸움이었으나 읽어주시는 분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꾸준히 글을 써올 수 있었을까 싶어요. 이제 저는 1년 3개월의 백수생활을 끝내고 내일부터 출근합니다. 당분간 업무에 적응하느라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 치여 꿈을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다시 한번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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