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려고 하지 말자. 힘 빼고 쓰자
'4주 뒤에 뵙겠습니다.' 중에서 절반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기획했던 10편의 글 중에서 꼴랑 2편의 글만 쓴 상태다. 그럼 이번 주에 4편, 다음 주에 4편의 글을 써야 브런치북을 완성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똥줄 타는 상황이다.
평일엔 일을 하니까 아무래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엔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글을 쓰자고 다짐했건만. 하루 종일 집에서 퍼져있었다. 한강에서 불꽃축제가 3년 만에 열렸다는데, 남자친구 하고 데이트 가는 게 더 나을 뻔했다. 토요일엔 도서관을 가야 하니 내일 만나자고 했는데. 어쩌다 아무것도 안 하고 휴대폰만 보면서 시간 낭비하는 하루를 보낸 건지,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황금 같은 토요일은 이미 지나갔고 딱히 변명할 것도 없었다. 미루고 또 미룬 건 나니까. 그러나 자책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하며 툭툭 털어버리고, 새로운 물을 컵에 담으면 된다.
2편 <구인업체와 실랑이>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갈수록 재미없어지는 거다. 항상 재밌는 글을 쓸 수는 없겠지만, 독자가 보기 이전에 일단 내가 재밌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꾸역꾸역 쓰니까 힘이 들었다. 왜 그럴까? 무의식 중에 내가 가진 지식을 뽐내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있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어 한 건 아니었을까.
이유야 어찌 됐든, 나는 잘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잘 쓰려고 힘이 잔뜩 들어가니까, 오히려 글이 써지지 않았다. 글쓰기는 수영과 비슷하다. 수영을 배울 때 몸에 힘을 빼야 물에 뜬다고 재차 강조한다. 몸에 힘을 잔뜩 주면, 물에 뜨기는커녕 가라앉고 만다.
공모전 마감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써야 할 글은 많고, 나만의 자유시간은 별로 없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발을 동동거리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차분하게 마음먹고 심호흡을 가다듬고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쓰는 게 나한테도, 독자에게도 좋을 것이다. 수영할 때 힘을 빼야 앞으로 나아가듯이, 글을 쓸 때도 힘을 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잘 쓰려고 하지 말자. 힘 빼고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