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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Jun 06. 2024

꿈이 있으니 살아내기로 했다

뉴질랜드에서 청소 일을 하다니(3)

한국 가는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다. 11월에 가면 티켓 가격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그렇게 힘들면 돌아오라고 했다. 이렇게 힘든데 이제 그만하고 한국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이렇게 버티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등등.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사실 힘들면 언제든 한국에 돌아가도 문제없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좀 더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뉴질랜드에서 살았던 시간을 돌아볼 때, ‘그때 참 힘들었지. 돌아오길 잘했어.’라는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허탈함만 남을 것 같았다.       




워킹홀리데이를 알게 된 대학생 때부터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을 꿈꿔왔다. 현실을 생각하며 제대로 준비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꿈만 가득했다.      


어느새 꿈은 현실과 타협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고 시간만 흐르다가 코로나가 터져서 아예 꿈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르고 세계적으로 규제가 완화되고 코로나 속 일상이 회복되면서 꿈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워킹홀리데이 신청은 나이 제한이 있었기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언제까지고 갈등하고 후회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용기를 내서 오게 된 걸음이었다. 내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던 안정감, 정규직 직장, LH 전세임대 당첨, 새로운 기회 등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럼에도 삶이 너무 힘드니까 꿈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은지, 내가 너무 싫었다. 꿈이 돈을 벌어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꿈은 돈만 쓰게 하는 것 같은데. 그놈의 꿈이 뭐라고, 나는 여기까지 와서 이 생고생을 사서 하고 있을까 하고 괴로웠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글도 못 쓰고 영어 공부도 못하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래도... 그래도 버텨내고 싶었다. 나의 오랜 꿈이었으니까. 그 마지막엔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버텨내고 싶었다. 진창 같은 삶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내고 싶었다. 그땐 나의 지푸라기가 꿈이었을까. 벼랑 끝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탈함만 안고 돌아갈 수 없었다. 반드시 무엇 하나라도 남겨야 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나’라는 사람은 바뀌지 않은 채로 돌아갈 것 같았다.     




이것이 성장통이라면 몹시 처량하고 괴로워도 이겨내고 싶었다. 나의 꿈은 독립이었으니까. 지금 여기서 영어를 좀 못 해도, 글을 좀 못 써도 그건 나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애초에 나의 워홀 목표는 독립이었다. 독립하고 싶었다.



홀로서기 위해 지난날의 시간을 버텨왔으니 앞으로의 시간도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그 끝이 무엇이 되었든,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나에겐 꿈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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