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청소 일을 하다니(2)
내가 했던 청소는 풀타임으로 홈, 오피스 클리닝을 같이 해서 주 6일을 근무했다. 홈클리닝은 월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 시작해서 오후에 끝나는 일정이었다. 보통 2-3곳을 방문해서 청소했는데 집마다 규모와 구조가 달라서 시간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짧으면 50분에서 길면 2시간, 아주 길면 3시간까지 청소를 했다. 청소를 3시간 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힘이 다 빠졌다.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집이어도 간격이 1주냐, 2주냐에 따라 더러움의 정도가 달랐다. 또 클라이언트가 평소 집을 관리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매주 가는 집이어도 매번 지저분할 수 있었다. 깨끗한 집을 청소하는 날은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하지만 더러운 집은 심적 부담을 안고 가는 날이 많았다. 게다가 클라이언트가 까다로운 경우는 며칠 전부터 그 집을 청소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꼬투리라도 잡히면 바로 컴플레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객의 집마다 시간을 측정하여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시간이 딜레이 되면 회사 측 손해였다. 그렇다고 시간이 넉넉한 건 아니었다. 빠듯한 시간 안에 부랴부랴 청소해야 했다. 나는 요령이 없고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늘 시간에 쫓겨서 청소를 했다. 시간 안에 해내기 위해 모든 집중과 에너지를 쏟고 나면 단시간을 하더라도 진이 다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청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고 나에겐 오피스 클리닝도 있었다. 따져보면 한 회사에서 했던 일이어서 투잡은 아닌데 투잡 같은 노동 강도였다. 처음 면접 볼 때 홈클리닝만 하겠다는 나에게 사장님은 오피스클리닝도 해보고 결정하라고 제안하셔서 처음부터 두 가지 일을 하게 되었다. 오피스클리닝은 화, 목, 토였는데 화, 목은 홈클리닝이 끝나고 집에서 2-3시간 정도 쉬었다가 저녁에 출근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화, 목은 출근을 두 번 하는 날이었다.
그나마 저녁 청소는 사장님 혹은 직원이 집 앞으로 픽업을 와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2시간 청소를 하기 위해 왕복 2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아마 시작부터 못 하겠다고 했을 거다. 하루에 출근 한 번도 힘든데 두 번이라니. 세상에나.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땐 그 일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픽업을 집 앞까지 와준다 해도 출근을 또 하고 싶은 건 아니니 말이다.
일주일 중 이틀은 퇴근하고 집에서 푹 쉬지 못하고 또다시 출근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토요일까지 주 6일 출근을 하니까 빠른 속도로 소진이 왔다. 같은 분야의 청소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치킨집 트라이얼을 해봤지만, 혼돈의 카오스 속에 4시간 만에 일을 관두고 또 다른 일을 찾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투잡을 한다고 해봤자, 내 체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고 영어도 안 되는 상태로 사무직을 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결국 영어를 못 하는 워홀러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식점, 청소와 같이 몸을 써야 하는 일이었다.
점점 자괴감이 들었다. 여기까지 와서 나는 도대체 뭘 하는 건가 싶었다. 청소 일을 시작했던 초반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소진이 온 상태에선 불가능했다. 분명 내가 꿈꿨던 워킹홀리데이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나는 청소를 하려고 뉴질랜드에 온 건가? 어느새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덩치가 산만큼 커져서 나를 삼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부부 사장님의 기준이 원체 높아서 그것에 맞추려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계속 쌓이고 있었다. 사장님들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어떻게든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열정을 다하다 보니 직원들도 자신만큼 해주기를 바라는 분들이셨다. 한정된 시간 안에 해야 하는 청소인데 고객의 요구사항이 늘어나면 그것 또한 결국 직원의 몫이었다.
게다가 두 분의 사장님은 스타일이 달랐다. 한 분은 설렁설렁하면서 시간을 단축하려는 반면에, 한 분은 지나치게 꼼꼼해서 시간이 아슬아슬하거나 넘어갔다. 청소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가르쳐주는 내용도 조금씩 달라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걸레 종류며 자질구레한 규칙이 너무 많았고 고퀄리티의 청소 서비스로 다른 회사와 차별점을 두려고 하다 보니, 결국 직원들이 힘들었다.
가끔 청소하는 내 모습을 무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으면 꼭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아서 긴장되고 무서웠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라도 편한 일이어야 하는데 늘 긴장 속에서 청소를 하니, 폭삭 늙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더는 못 버티겠다는 마음이 가득 차면서 딱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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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
대문사진: Pixabay로부터 입수된 jacqueline macou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