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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엄마의 옥상 텃밭과 길고양이

by 브릭

"햇빛 쐬러 옥상 갈래?"


엄마가 묻는 말에 같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점심 먹고 나른해지는 오후

오늘도 햇살이 따사롭다.

엄마도 요즘 일을 쉬는 중이다.

집에 백수가 두 명, 조금 웃픈 상황이다.


엄마는 옥상에서 작게 텃밭을 가꾸신다.

거기서 상추, 고추, 쪽파 등등

씨를 심고 물을 주고 정성으로 가꾸며

그것들은 가끔 우리 식탁에 반찬으로 올라온다.


옥상의 텃밭 가꾸기는

엄마의 소소한 취미이자 즐거움이다.


그런데 엄마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놈들이 있다.

그건 바로 옥상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다.

우리 집은 도로변 상가건물에 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외부인의 출입도 자유롭고

길고양이들도 자주 왔다 갔다 한다.


고양이는 귀여운 동물이다.

하지만 우리 삶에 개입하는 건 분명 또 다른 문제다.

엄마에겐 애정이 가득한 텃밭이지만

흙을 좋아하는 고양이들한테는

마냥 즐거운 놀이터다.

그래서 자주 텃밭을 헤집어 놓는다.

그뿐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영역표시도 한다.


이제 고양이 똥까지 치운다며 엄마는 울상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공존하며 살아야지."

체념하듯 얘기하시는 엄마의 말에 공감하며

그래, 맞다. 그게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내려가서 점심 설거지를 하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엄마도 옥상에서 내려오셨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고양이랑 마주쳐서

한마디 했다고 하셨다.


"너, 화분에 똥 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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