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날.
그런 날은 평소에 봤던 것도 새롭게 보인다.
요즘따라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
움직이는 게 싫어진다.
특히 지난주는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그런지,
이번주는 유독 피곤이 풀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책도 읽으면서 쉬엄쉬엄 보내는 중이다.
조바심 내지 않고 멀리 보면서 천천히 가려고 한다.
아침을 먹고 혼자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데,
너무 졸음이 쏟아져서 다시 한숨 푹 잤다.
한 시간 자고 일어나니까 몸이 개운했다.
이것이야말로 백수의 특권이다. 우하하.
점심 먹기 전, 햇빛이 있을 때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와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다.
지인에게 말하니,
도서관에서 책 빌리기 너무 좋겠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직장 다닐 때는
이 시간에 도서관을 갈 수 없는 일이다.
평범하고 소소한 나의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옷을 겹겹이 껴입었다.
여름에는 숨 막히게 답답했던 마스크가
어느새 차가운 공기를 막아주는 마스크가 되었다.
부지런히 앞만 보고 길을 가다가
문득 낙엽이 떨어지는 나무가 보였다.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는 나무들.
그 장면을 담아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옆에 바스락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까 작은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도 햇빛을 즐기는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귀엽다.
도서관은 지난달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운영시간이 적혀있는 안내문을 살펴보니,
'도서관 가는 길은 행복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래 맞지. 이게 행복이지.
올해를 돌아보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겨나고
일상에서 많은 어려움과 제한이 있다.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이 시기를 함께 이겨내는 중이다.
익숙하고 당연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대단한 곳에서 행복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참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