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이었다.
그 날은 날씨가 맑아서 산책하기 딱 좋았다.
남자친구와 인천대공원에 가서 산책했다.
사람이 없는 시간으로 월요일 낮에 갔다.
평일 낮에 데이트는 둘 다 백수였기에 가능했는데
아예 텅텅 비어있을 줄 알았던 인천대공원은
생각보다 사람이 좀 있었다.
저 사람들도 나처럼 백수인가 싶었다.
아님 프리랜서거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이렇다 하게 단풍놀이도 즐기지 못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서
앙상한 나무가 많이 보였다.
약간은 단풍구경을 기대하고 갔던지라,
썰렁해 보이는 공원이 아쉬웠다.
볼 건 다 봤다는 생각에,
비교적 짧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가는데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그 장면이 너무 예뻐서
걷다 말고 대뜸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옆에 있던 남자친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길래,
웃으면서 나만의 갬성(감성)이라고 했다.
나뭇가지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빛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 따스함이 포근했다.
은은하게 빛나는 이 장면은
그저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나의 시선으로 발견해낸 것이
마냥 기뻤다.
그날의 베스트 컷이다.
나만의 베스트 컷.
때론 주위 환경과 상관없이
나만의 감성으로 충분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내년에는 제대로 단풍구경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