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면 늘 그렇듯이
사람들은 같은 다짐을 반복한다.
아빠도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하셨다.
사실 그 얘기는 예전부터 들어서 감흥이 별로 없다.
아빠는 배가 많이 나와서
이젠 건강을 위해서라도 살을 빼셔야 한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을 안 드시고
점심만 먹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볼 땐, 수시로 밥을 드시는 것 같다.
아침과 저녁 식사시간에
식탁에서 식사를 안 하실 뿐,
왔다 갔다 하시면서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밥통에서 밥을 퍼서 드신다.
그러니 아빠의 밥그릇은 밥통이다.
아빠는 정말 밥을 좋아하신다. ‘밥’ 자체를.
분명 다이어트를 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물론 마음먹는다고 그 일이 잘 되는 건 별개지만.
나도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차라리 밥그릇에 밥을 퍼서 드시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시간은 없고 배는 고파서
밥통에서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먹었는데,
웬걸, 맛있었다.
아빠가 왜 밥통에서 밥을 퍼서 드시는지 알 것 같았다.
밥그릇에 안 담아도 되니까
설거지 거리도 안 나와서 편하고 무엇보다 맛있었다.
그래도 올해는 아빠의 건강을 위해서
부디 다이어트에 성공하셨으면 좋겠다.
아빠. 사랑해요. (뒤늦게 수습하는 중)
밥에 대한 얘기를 적다 보니 나도 배가 고파진다.
다이어트 목적은 아니지만 속을 비우려고 오늘 저녁은 안 먹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먹어야겠다.
역시 유전자는 속일 수 없나 보다.